[스포츠인문학]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고대 이집트의 유적에는 두 바퀴의 자전거와 비슷한 것이 존재했다. 이렇게 좀 더 편하게 이동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음은 인류사에 흔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자전거의 기원은 500여년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발명한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후 1790년 최초의 자전거인 프랑스의 콩트의 '셀레리페르(celerifere)'에 이어 1839년 최초의 페달이 달린 자전거인 스코틀랜드의 커크패트릭(Kirkpatrick)의 자전거, 그리고 1868년 프랑스의 클레망(Clement)에 의해 나무바퀴에 고무만 씌운 형태의 고무타이어를 단 자전거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자전거의 발달은 1892년 국제사이클협회(ICA)가 창립되면서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 자전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00년초다. 보급초기에 일본인들에 의해 자전거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울 거리에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이 기록으로 발견된다. 이 시기에 서울에서 태어난 엄복동은 자전거 판매상에서 일을 하면서 자전거와 친숙했다. 그는 1913년 4월에 일본인들이 주최한 '전조선자전차경기대회'에 출전해 일본인과 경쟁하며 조선 최고의 인기선수가 되었다. 엄복동의 영향으로 우리 국민들도 자전거타기가 유형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리고 100여년이 흐른 최근 10여년 사이 전국에 자전거 도로가 확대되면서 자전거 마니아가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 각국에서도 대중교통 이용이 줄어들면서 자전거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은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독일의 한 지인은 자신의 아이에게 자전거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SNS에 소개했다. 그는 자전거 타기의 핵심은 10km 이하의 속도로 내 몸을 이용해 자전거 위에서 균형을 잡는 훈련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아이가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페달 없는 두 바퀴 자전거로 걷어차고, 걷기도 하며 뛰기도 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 이 때 균형을 잡고 필요한 근육을 키우며 힘을 기르면 페달이 달린 자전거를 타기는 아주 쉬워진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이러한 체계보다는 부모의 경험과 친구의 경험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배웠다. 그냥 혼자 터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게 자전거 타기다.

지난 주말 강변의 녹지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 도시민들로 가득 채워졌다. 자전거 도로에는 끊임없이 자전거가 달리고, 이 세상의 자전거가 다 나온듯한 진풍경이 이어졌다. 그 곳에서 자전거 1대를 빌려 놓고 자전거를 탈줄 모르는 우리집 아이를 유혹했다. 알아서 저절로 배울줄만 알았던 것이 중1이 되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것에 열등감이 있었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애써 외면했다.

그런데 해가 질 무렵 녀석은 자전거에 도전하겠다며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우리 부부를 이끌었다. 이 기회다 싶어 세상에서 제일 쉬운게 자전거 타기라며 녀석을 응원했지만, 잔뜩 긴장하며 균형잡기에 몰입한 녀석에게 '넘어지는 방향으로 핸들을꺾어라'라는 말처럼 어려운 말이 어디 있을까? 운동초보자에게 '어깨에 힘을 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익혀야 하는 자전거타기나 스포츠기술을 접할 때 가장 어려운 주문이다.

이리저리 도전하며 중심을 잃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30분을 자전거와 씨름하던 녀석이 한발 또 한발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며 연신 환호했다. 성공한 소감을 묻자, "8년의 두려움이 확 사라지네!"라며 성취감을 맛봣다며 얼굴이 활짝 펴졌다.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몸으로 익혀야 하는 스포츠활동들의 대부분은 생각과 몸이 하나가 될 때 성취감을 느낀다. 특히 자전거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몸의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자전거와 몸이 하나 됨을 느끼는 매력적인 운동이다. 자신의 힘만으로 동력을 얻어 이동할 수 있는 수단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점에서 성취감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높은 자아존중감과 긍정적인 신체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르면 인생의 절반이 실패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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