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대전발 코로나 확산이 한달여 가량 이어지면서 충청권의 상황이 우려 수준을 넘은 가운데 대한민국 전체가 다시 내우외환에 빠졌다. 가장 큰 문제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대유행이 끝난 지 얼마 안됐는데 2차 유행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집중됐던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에 이어 광주·전남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영남지역도 다시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여름철 유행이 특정지역이 아닌 전국적인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유입원으로 보이는 해외상황은 더 안좋다.

최근의 코로나 상황은 그 기세가 한동안 주춤했던 것과 관련이 크다. 청년층 중에는 코로나가 끝났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의 무서움을 알지 못한 어리석음이다. 이미 신규 국내발생의 상당수는 유럽쪽의 변종 바이러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험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더구나 새로운 변종 코로나는 확산속도에서 기존의 것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라고 한다. 국내 전파 상황에서도 지난번 대유행때보다 확실히 빠르게 진행된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 상황의 심각성은 수치로 확인된다. 이미 국내는 발생환자 수 등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켜야 할 처지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규제가 필요해진 것이다. 해외는 한술 더 떠 신규 확진자 하루 20만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이대로 가면 20세기 초 지구촌을 뒤덮었던 스페인독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확산세를 변종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백신개발에 대한 기대를 무력하게 만든다. 게다가 무증상자 등 경로를 모르는 감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코로나 확산을 다시 위기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올 봄 대유행이 멈춘 이후에도 위기를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위기감을 피부로 느낄 만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방역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마스크는 물론 행사·모임 등 거리두기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방역에서도 지금까지의 학습효과로 시스템은 갖춰졌지만, 의료진 등의 피로감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예전과 같은 효과적인 대응이 제대로 안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불안감이 계속 커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방심에 있다. 끊이지 않는 소규모 집단감염도 그렇지만 지난 주말 개장한 대천해수욕장은 코로나와 무관한 세상을 보여줬다. 위생수칙은 온데간데 없고, 안심팔찌·취식금지 등 방역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같은 시기 청주에서 열린 전국 포커대회는 아예 대놓고 방역지침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 사이 충청권 확진자만 10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타지 확진자가 지역 곳곳을 누비고, 미취학 아동까지 감염대상이 넓어졌다. 위기는 그렇게 우리곁에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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