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 작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루벤스 작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피터 파울 루벤스는 17세기 바로크 양식을 대표하는 화가로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대비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잘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며 빛의 화가로 불리우는 렘브란트와는 동시대의 사람이다.

그의 그림은 유명한 것이 많지만 오늘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라는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그림은 미켈란젤로와 카라바조 그리고 틴토레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작품으로 예수의 몸에 집중되는 빛, 사선으로 표현된 대각선 구도, 그리고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주변인물들의 역동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림을 보면 두 팔을 크게 벌려 예수를 받치고 있는 붉은 옷의 요한과 푸른옷의 성모 마리아 그리고 그 아래 예수의 발을 부여잡은 막달라 마리아 등 인물 하나하나가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친한 친구중에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그쪽에 문외한인 내가 처음 루벤스라는 이름을 접한 것은 만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였다.

우유배달을 하는 가난한 소년인 네로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며 화가의 꿈을 키워 가는데 그런 네로가 일생을 통해 보고 싶어했던 그림이 바로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였다.

만화에서는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던 안트베르펜 대성당이 그것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커튼으로 그림을 가려놓고 비용을 지불한 사람에게만 그림을 보여주었다.

가난한 네로는 은화 한 잎을 지불하지 못해서 루벤스의 그림을 보지 못하다가 어찌어찌하여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겨우 이 그림을 보게 된다.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었지만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의 명화 앞에서 행복한 얼굴로 파트라슈와 함께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고는 천사들이 나타나서 네로와 파트라슈를 하늘나라로 데려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네로와 파트라슈가 행복하게 우유를 배달하는 모습과 머릿속으로 오버랩 되며 슬퍼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1965년 부산 출생인 이승환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온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는 '월간팝송' 등 음악 잡지를 열독하며 평론가로의 꿈을 키워나갔지만, 대학교 1학년 겨울 어느날, 들국화의 공연을 보고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을 한다.

처음에는 록음악에 심취했으나 나중에 이문세의 히트곡 대부분을 작곡한 이영훈의 노래에 영향을 받아 발라드로 전향한다. 데모테잎을 만들고 10여곳 이상의 음반사를 찾아 다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17군데까지 찾아다닌 후에는 결국 음반사를 통한 앨범제작을 포기한다. 그 후에 아버지에게 500만원을 빌려 자비로 1집 음반을 발표하는데, 그 앨범이 바로 1989년에 발표된 이승환 1집(B.C 603)이다. 이 앨범에서는 '텅빈마음',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등 거의 전곡이 히트를 하며 발라드계의 새로운 왕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런데 이승환이 평론가의 꿈을 접고 가수의 길로 접어들때부터 1집 앨범을 발표할때까지를 함께 모의하고 꿈을 나눈 친구가 있었으니 바로 작곡가 오태호였다.

이오공감
이오공감

수 년간 가수로 작곡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둘은 1992년 각자의 성을 따서 '이오공감'이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하고 음반을 발표하는데 여기에 '프란다스의 개' 라는 노래가 담겨 있다.

화가인 피터 파울 루벤스는 1577년생으로 1640년까지 살았다.

마리 루이스 드 라 라메이의 소설 '프란다스의 개'가 처음 책으로 출간된게 1972년이고, TV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게 1975년이다.

보통 음악의 3요소를 멜로디 리듬 화성이라고 한다.

나는 오늘 이오공감이 부른 대중음악 '프란다스의 개'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멜로디 리듬 화성을 넘어 루벤스의 그림과 가난한 우유 배달부였지만 화가가 되기를 원했던 소년 네로의 꿈, 그리고 파트라슈가 있는 그 400년간의 시간 속 이야기를 만나고 있다.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가끔씩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 아직도 기억 나는 가사, 내 마음의 노래. '플란다스의 개'

"먼 동이 터오는 아침에 길게 뻗은 가로수를 누비며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이 길을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네 하늘과 맞 닿은 이 길을~"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