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노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너무 예쁜 것 같아요!'

TV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대화 중에 흔하게 나오는 표현이다. 이 문장에는 생각해 봐야 할 두 단어가 있다. '너무'와 '같아요'이다. 긍정의 마음일텐데 부정적 의미의 표현을 쓰고 본인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것이다. '아주 예뻐요'라고 하면 될 터인데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날까? 유행과 그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동조이다.

'너무'의 사전적 뜻은 '정도, 즉 알맞은 한도를 지나치다'이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너무 세게 하지 마라'와 같이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경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예쁘다'는 일반적으로 경계의 뜻이 있는 단어가 아니다. 굳이 그렇게 표현한다면 대상을 시기하거나 질투할 때이다. 따라서 질투나 시기가 아니라면 '너무'를 '아주' 또는 '무척'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같아요' 또한 적절하지 않다. '같다'의 사전적 의미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냄'이다. 즉 통제하지 못하거나 알기 어려운 것들을 단정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표현위험에 탈출구를 마련하여 두는 것이다. 반대 의견이 있어 마음을 바꾸어도 심리적 부담이나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쓰는 말들은 본래의 뜻과는 상이하게 변하고 있으며 유행을 거쳐 단어로 정착하는 경우도 있다. 수십년 전에 씌여졌지만 지금과 그 의미가 다른 글들이 종종 접하게 된다. 그 표현들이 새로 대체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러 갔을 것이다. 또한 바른 표현법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유행이 정설이 되어 변해 버린 것이다.

현대에도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효과'는 발음에서 오랫동안 이야기 되었다. '효'를 길게 하고 '과'를 발음하는 것이 표준인데 최근에 '효꽈'도 표준발음으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되었다. '자장면'은 발음 뿐아니라 표기까지 '짜장면'이 인정되었다.

지금 심각한 발음 문제가 진행중인 단어도 있다. '다른'이다. '다르다'의 관형사인 '다른'은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같지 않다'는 표현인데 '따른'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노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노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특히 방송매체에서 연예인들이 심각한 발음 유행을 만들고 있다. '따른'은 '어떤 일이 다른 일과 더불어 일어나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고 우리말샘에 나오는 정도다.

국립국어원이 1991년에 설립되어 30년이 흘렀고 2002년 누리망을 개통해 19년이 되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여 거룩한 한글로 길이길이 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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