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의회가 24일 제37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2020년도 제1회 충북도 추가경정 예산안 등 모두 32건의 안건을 처리했다./충북도의회 제공

1995년부터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만 따져도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는 25년을 넘기고 있다. 그 사이 지방자치단체는 7대에 이르렀으며 의회 역시 7번이나 구성됐다. 그러나 지내온 시간도, 횟수도 적지않지만 그 수준은 좀처럼 나아지질 못하고 있다. 선거 과정이나 선출자의 면면은 많이 달라졌지만 이들의 행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특히 주민들의 대표 여럿이 모여 민의를 대변할 의회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실망스러울 정도다. 민선 7대 후반기 의회가 이를 또다시 확인시켜 주고 있다.

충청권 곳곳에서 벌어진 의장단 구성과 관련된 잡음이 그것인데 어떤 곳은 실소를 자아낼 정도다. 자리다툼에 온 정신이 팔려 자신들이 지금 어떤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모양새다. 다툼이 불거졌다고 해서 해당 의회 의원들 모두를 도매금으로 넘길 수는 없지만 분란에 대한 책임은 결국 이들 모두가 져야 한다. 다툼의 대부분은 욕심 때문이다. 원 구성을 압도한 정당은 다수를 내세우고, 소수정당은 형평성을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 소통을 위한 협의와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정당간의 다툼은 그래도 양반이다. 충주시의회의 삭발처럼 결기를 맞서기도 하지만 힘의 논리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가진 자가 독식하는 구조는 의회 차원에서도, 지역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를 존중해주지는 못해도 그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소수의 입장은 다수가 드러내기 쉬운 허점을 보완해준다. 일방적인 결정은 독단을 낳고 스스로를 무너뜨리게 된다.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다수의 의견조율이 핵심인 의회라면 남에 대한 관심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의회의 일당(一黨) 독주는 여의도 정치판을 연상케 한다. 못된 것은 빨리 배우고, 학습효과도 분명하다. 그 결과 지방의회에서 정당정치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중앙정치를 욕하지만 자신들도 별수 없는 짓거리를 하는 셈이다. 이번 7대 후반기 의회 원구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추태는 같은 당내 자리다툼이다. 충북도의회의 상임위원장 부결도 그렇고, 괴산군의회 의장 선출도 그렇다. 대전시의회는 의장자리를 놓고 파벌싸움이 뜨겁다. 불과 얼마전 이웃한 의회에서 벌어진 그 모습 그대로다.

여기에는 정치의 생명인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 오로지 이권과 자리만 있을 뿐이다. 승리를 위해 생각이 다른 이들이나 다른 당과도 손잡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합집산은 기본이고 상대에 대한 적개심과 발목잡기만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권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의원 개개인의 탓을 하기에 앞서 공천과 정당에 얽매여 있는 지방의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드러난 지방의회의 민낯이 바로 수십년간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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