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대전지부, 유치원 교사 209명 피해 설문
인격 모독·회계 비리 강요까지… 대책 마련 시급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수족구병에 걸려 병가를 냈더니 교육청이 싫어한다며 원무실에서 일하라고 했다" "자기 아이들이 먹을 피자를 대신 전화로 주문하라고 시켰다" -설문 조사 내용 中

유치원 교사에 대한 관리자의 갑질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유치원 현장의 갑질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전교조 대전지부가 지난 5월 대전 관내 유치원 교사 209명을 대상으로 갑질 피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치원 원장과 원감, 행정실장 등 관리자 갑질은 범위를 초월해 '비리'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9일 교육청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감사 청구를 예고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들은 인격 모독과 폭언은 물론이고 부당한 업무 지시와 회계 비리까지 강요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답변 중에는 외모를 지적하거나 복종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사들은 원감이 "살 빼라"고 하거나 "관리자가 말하면 무조건 '네'라고 답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적었다.

관리자의 아이들이 먹을 피자를 대신 전화로 주문하도록 사적인 일을 시킨 경우, '갑질'을 넘어 '비리'를 강요한 사례도 나왔다.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해 유치원 예산으로 초등 물품을 구입하라는 주문, 교재교구와 비품을 구매할 때 지인을 소개하거나 아동의 연령과 발달단계 등에 맞지 않는 교재 및 터무니없이 비싼 교재를 고르라는 경우도 있었다.

수족구병에 걸려 병가를 냈지만 교육청 눈치를 보고 원무실에서 일하라고 말한 원감, 전염성 있는 대상포진 판정을 받았다고 얘기했는데도 병가를 하루만 내라고 말한 원감도 나왔다.

유치원 교사들은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이나 근무 중 '육아시간' 사용은 눈치를 주고 타박을 해서 잘 쓰지 못한다"며 "유치원 교사들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하소연했다.

원장에 대한 '동료교원 평가' 점수가 기대에 못 미치자 일대일 면담으로 확인하거나 교사들이 갹출해 마련한 명절 선물을 혼자 준비한 것처럼 택배를 보낸 관리자도 있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대전시교육청 감사관실에 A4 20쪽이 넘는 갑질 사례 자료를 제공했지만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설문 조사를 통해 드러난 다양한 갑질 피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피해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유치원 관리자 비리 및 갑질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하는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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