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KTX세종역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을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확인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때만 되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등장한다. 행정복합도시 세종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불필요한 사업의 근거로 내세우는 궤변을 오늘도 내놓는다. 역사(驛舍)가 필요치 않다는 경제적 판단도, 역사를 세울 곳이 없다는 지리적 한계도 무시하며 자체적인 판단으로 경제성이 갖춰졌다고 주장한다. 이웃과 척을 지더라도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

한동안 잊혀졌던 KTX세종역 신설 추진을 세종시가 또다시 발표했다. 이번에는 경제성 분석 결과 의미있는 수치가 나왔다며 재추진 의사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를 인정한다고 해도 타당성은 여전히 부족하고, 역사를 지을 예정지로 밝힌 곳 역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결국 불필요한 헛된 일에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웃한 지자체들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적극 나서는 충북은 물론 공주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종역사로 인한 인근 자지체와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초적 잘못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있다. 자신의 선거를 위해, 지역 민심을 얻겠다며 이를 공개적으로 끄집어 냈다. 타당성, 경제성과는 무관한 정치적, 지역적 계산만 작동됐다. 이후 각종 선거때마다 단골손님이 됐다. 애초부터 근거가 부족했기에 선거전략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부활을 반복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거지를 써도 안되는 일은 안된다.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분명하다.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일이다.

KTX세종역 신설에 대한 정부 입장도 분명하다. 불가하다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가 욕심을 버리지 못할만한 단서를 계속 남겨 상황을 꼬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여건하에서는'이라는 꼬리표를 말하는 것이다. 경제성 등 여건이 바뀌면 추진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낳게 만든다. 그렇다고 안전성, 타당성 등의 문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란의 소지가 되는 만큼 이를 정리해야만 한다.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논란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지났기 때문이다.

고속철 유일의 분기역이자 국가 철도망의 중심인 오송역은 미래를 위해 그 위상을 더 공고히 해야 한다. 대륙으로 가는 전초기지이며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축이다. 이를 위협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오송역을 세종시 관문으로 쓰는 편이 훨씬 낫다. 세종시는 어거지로 KTX역사의 경제성을 맞추려 하지말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부선을 연결하는 ITX역도 있다. 충청권 분란은 이제 그만 두고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 정치적 시각만을 고집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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