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건축은 순수 예술과 달리 사는 환경의 일부가 되므로 유명한 도시는 산과 강보다는 그 곳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관공서 건축물은 도시의 대표성을 가지므로 중요하게 취급되어 그 시대 건축 양식의 최고 기술을 반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공서 건축물을 보면 철학 부재와 건축 인식 한계의 안타까움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의 관공서도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때가 있었다. 조선 왕궁이었던 경북궁은 정궁으로서 장중한 품격을, 창경궁은 작지만 활달하게, 종묘는 간결한 형식으로 엄격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시대 최고 기술을 통해 완성된 조선의 건축물은 그 자체가 산이 되고, 강이 되어 서울의 역사이자 아름다움으로 전해진다. 또한 조선의 정신인 유교적 통치 이념이 경북궁 중문과 정문을 거쳐 숭례문을 통해 백성들에게 전파되기를 기원하였으니 철학과 예술을 겸비했다.

그럼 현대의 관공서는? 특히 충북의 관공서는 어떤 이미지일까? 도청을 생각하면 누런색 타일이 떠오른다. 청주시청은 큰길 옆 나무들만 떠오르고, 청주법원도 건물 자체에서 법원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으니 그 상징하는 바를 나타내지 못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매우 불편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현대 국가 행정은 시민 중심이다. 이 정신을 관공서의 건축물에 반영했다면 주차 공간의 확보가 선행됐어야 한다. 그러나 충북 관공서는 일치단결하여 주차가 불편하다. 직업 때문에 절실히 느끼지만 법원의 주차 불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법원에 주차를 하러 가는 시민은 도대체 누구일까? 대부분은 재판 기일이 잡혀 시간에 맞추어 출석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이다. 이들에게 재판 시간을 준수하지 못하다는 것은 불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법원의 주차 공간 확보는 시민의 재판받을 권리의 실질적 확보에 다름없다. 그럼에도 2008년 신청사로 이전한 청주지방법원도 재판이 많은 날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특히 충주지원(법원)은 충주와 음성 30만 주민들의 재판을 관할함에도 내부 주차공간의 부족은 물론 외부에 돈을 내고도 주차할 장소가 없다. 또한 건물 양식은 짓기에 급급했다는 인식밖에 주지 못한다. 즉 땅은 좁고 건물은 별로다. 어떤 생각으로 저런 양식을 선택했을까 궁금할 뿐이다. 법(法)에서는 건축물은 건물을 포함하며 건축물대장의 등록 대상이고, 건물은 부동산등기법상 등기 대상이다. 법원은 건축물 중 건물만 관할하지만, 법원 신축시에는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건축물' 관점에서 봐야 한다. 즉 건축 양식의 미(美)적 요소와 함께 시민들이 법원에게 원하는 바를 표현해야 한다.

사법접근권의 개선, 즉 법원의 문턱을 낮추는 일의 첫걸음은 접근하기 좋은 곳에 위치하며, 주차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충주지원이 넓고 편한 땅을 골라 충주의 자랑 거리인 국보 제6호 탑평리 칠층 석탑처럼 간결하지만 아름다워 우리나라 법원 중 대표적인 건축물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또한 청주시청 건축물도 우암산과 무심천과 같이 아름다운 환경의 일부로써 지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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