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서병철 기자] 제천시 백운면 소재지에서 강원도 원주 신림 방면으로 승용차로 20여 분 달리다 보면 단층 건물의 기독교 건물을 볼 수 있다.

이 곳이 바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경에 등장하는 기독교 물품과 식물 등 1만3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세계기독교박물관'.

11만㎡ 부지에 단층(200㎡)으로 신축된 박물관 건물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쪽을 향해 서 있다.

주차장에 들러서면 성경의 첫 단어인 '태초에'를 뜻하는 히브리어 '베레쉬트'라 적은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띈다.

내부 전시실은 특별전시실과 성경식물원 등 총 4개로 나뉘어져 있다.

마가의 다락방을 연상케하는 1전시실에는 성경에 나오는 의상과 악기, 예수가 살았던 시대의 생활도구와 홀로코스트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이스라엘에서 직수입한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2전시실에 들어서면 600여년 전 양가죽에 필사한 유대교 율법서인 '토라'와 1831년 체코 프라하에서 인쇄된 바벨론 '탈무드'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성경 관련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3·4전시실에는 성경에 등장하는 타자기와 겨자씨 등 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세계기독교박물관'은 늦깎이 목회자 김종식(68)목사가 15년동안 사재를 털어 세웠다.

김 목사가 성경 속 물건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건 중학생 당시.

여름만 되면 이유없이 몸이 아팠던 그는 병원에 가도 원인을 몰라 끙끙 앓다가도 한 달여가 지나면 씻은듯 통증이 사라졌다.

이런 증상이 몇년동안 지속됐다.

문득 "이건 단순한 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제 병을 고쳐 주시면 성경에 나오는 물건을 모으는 '주의 종'이 되겠다"며 서원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아플 당시 성경을 6번 정독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물매'였다.

"전 그때 물매가 물로 만든 매인 줄 알았다"며"아마 이런 궁금증이 모여 서원할 때 성경 속 물건을 모으게 된 것 같다"고 수집 동기를 밝혔다.

이후 그는 신기하게도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30여 년을 코트라(KOTRA)에서 근무한 김종식 목사

그는 "출장차 이스라엘에 가는데 가이드가 차를 중간에 세우더니 풀 숲에서 뭘 비비며 갖고 나왔다"며 바로 겨자씨였는데,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서원기도가 갑자기 떠올랐다.

이후 오만 무스카트, 이집트 카이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무역관에 근무하면서, 성경 관련 물품을 본격적으로 수집했다.

김 목사는 "이스라엘을 가니까 성경에 나오는 물건이 너무 많아 신이 났다"며 차츰 사 모은 물건이 많아지면서 박물관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코트라에 근무하며 세계 각국을 다녀 봤지만, 성경 속 물건을 전시해 놓은 곳은 그리 많치 않았다.

당시 1만3천여 점을 보유한 곳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사재를 털어 부지를 사고 나니 박물관 건물을 신축할 돈이 없어, 애를 태웠다.

전시회도 열었지만,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별로 없었다.

마냥 쉬고만 있을 수 없어 예순이 넘은 나이에 관람객들에게 성경 속 물건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도 받았다.

박물관 건립의 꿈이 무산되는 듯 했다.

그는 이대로는 안되겠는 생각에 6년 전부터 박물관 부지에 컨테이너 박스를 하나 들여놓고 그곳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 동기들은 퇴직하고 여유있이 생활하는데, 난 여기서 뭐하는 것이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때마다 기도로 마음을 다잡았다는 것.

낮에 원주로 아르바이트를 다니면서도 매일 새벽 기도는 빠뜨리지 않았다.

김 목사는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위로해 줬으며, 하나님께서 그려놓은 길이 있는데 거기 나를 올려 두셨다는 마음을 주셨다"며 위안을 삼았다.

" '내가 취미로 물건을 모은게 아닌데 결국 주님이 나를 쓰시겠구나'라는 믿음을 주셨으며, 그때부터 다시 힘을 냈다"고 어려웠을 당시를 회상했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평소 친분이 있는 교인이 "제가 박물관을 한번 지어 보겠다"며 제안해 왔다.

흔쾌히 수락한 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년 만에 박물관이 완공됐다.

김 목사는 "아직까지 박물관이 100% 완공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그때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2005년 부지 매입부터 숱하게 고생을 했지만, 성경 속 물건들을 전시할 박물관이 완공되며, 15년 만에 꿈이 이루어 진 것이다.

박물관 부지를 찾기위해 이천, 문경 등 200여 곳을 돌아 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쉬고 갈 수 있게 '방해받지 않는 골짜기 땅'을 달라고 기도했는데 딱맞게 이루어 주셨다"는 김종식 목사.

이곳에는 자신이 평생 모은 성경 속 물건 중 일부인 1천여점 만 전시돼 있다.

전시 공간이 부족해 소장품 중 1만2천여 점은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

김 목사의 꿈은 전시관을 추가로 신축하는 것이다.

중국 등 외국에서의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해설사 배치를 위해 단체 관람객 방문 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개인 입장객을 위한 정규 해설 시간은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 하루 두 차례다.

일요일 오전과 수요일은 휴관한다.

김종식 목사 약력

경북 청도 출생.

청도 이서초·중·고 졸업

대구 계명대학교 졸업.

계명대 총학생회장 역임(1977)

세계기독교박물관 관장

성경 물건과 관습세미나 강사

청도이서교회 협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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