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영철 ESD(주) 대표·(사)충북스마트제조혁신협회 사무국장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35조원 규모의 3차 추경예산이 얼마전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번 추경은 고용유지, 청년지원, 주거·금융, 일자리 패키지 등이 최우선으로 반영됐다.

청년창업지원, 청년창업 아이디어발굴지원, 청년예비창업자 바우처 지원, 창업지원서비스 바우처 사업 등의 예산이 증액됐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청년창업 수요에 대응하고 스타트업을 신속하게 발굴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정책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기존 중소기업, 특히 지역 중소기업이 문제다. 코로나 여파로 내수 및 수출이 막히고 원부자재 수급 불균형 등으로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허탈감만 든다.

지역 중소기업의 가려운 부분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년도 좋지만 중장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충북대학교 공동훈련센터 4차산업/스마트팩토리 협의회 7월 월례회의에서 참석자들의 이같은 우려가 이어졌다. 관련 기업과 교수 등 회원 대부분이 제조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저변의 문제점과 현황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희망적인 견해 보다는 부정적인 말들이 많이 오갔다.

청년 창업성장 예산은 지원기관이나 자금이 꾸준히 늘었다. 시니어창업의 지원프로그램과는 비교할 수 없는데도 이번 추경에 상당부분 추가로 반영된 것이다. 기존 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에 대한 선순환적 환경 조성 정책은 후순위로 밀리는 느낌이 든다.

어려울때 일수록 R&D역량을 키우고 혁신성장을 도모해야만 한다. 지금 당장은 내수 및 수출이 막혀 있으나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의 고급화와 신제품 개발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기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기회는 매우 적다.

코로나로 기업경영이 어려워지자 많은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관심을 보이면서 예년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R&D과제 접수를 하게 되면 8대1의 경쟁률을 보이는 과제도 있다.

지난해 평균 4대1의 2배에 달한다. 대기업 수준의 중견기업도 공모사업 수주를 위한 전문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중소기업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 소부장 과제 접수 결과다.

기획의 적정성과 비즈니스 모델이 좋아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던 지역의 한 기업은 무척 당황해 했다. 지역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도 중견기업의 조직, 자금, 판매망이 동원된 제안서에 속수무책으로 참여 기회를 잃고 있다.

연구과제를 기획하는 기관에서는 과제의 참신성과 기술성, 사업성, 성공가능성, 개발타당성 등을 종합 평가한뒤 선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나름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편의주의 행정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언감생심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데도 정부 과제에서 자꾸 탈락된다면 사기저하와 함께 코로나 정국을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번 추경예산에 약간의 R&D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경영위기로 연구활동 유지가 어려운 중소기업에 R&D투자와 핵심인력 고용유지를 위한 기본연구과제를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과제수와 금액이 너무 적다.

김영철 ESD(주) 대표

지역 중소기업은 향후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해야할지, 아니면 일찍이 포기해야 할지 판단을 못하고 있다.

자금과 인력부족, 여기에 연구역량 기회도 잃는다면 지역의 중소기업은 경쟁 열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다. 청년, 중장년 모두가 만족하는 지원 정책이 하루빨리 보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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