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예능프로에서 제주에서 올라온 이효리가 방송 도중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나왔다. 평소 시원스러운 성격을 가진 그녀가 걸 그룹 '소녀시대'의 윤아와 노래방에 간 영상을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하였다. 한쪽은 전염병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과 노래방도 경제활동인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나뉘고 있었다.

다행히 신중하지 못했음을 빠르게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을 보며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예인은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이런 문제가 단지 연예인뿐만이 아닌 것 같다. 이제는 집 밖에서 행해지는 모든 동선에 조심성을 가져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행여나 여가활동이나 문화생활로 코로나에 걸릴 경우 온갖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이해보다는 원망이 먼저 쏟아진다. 사람이 사람 만나는 것을 조심스러워해야 하고 알게 모르게 불안해한다는 현실이 참 슬픈 요즘이다.

"이러다가 가족끼리도 거리두기 하라고 할까 봐 겁나" 어느 지인이 지나치듯 가벼운 농담으로 건넨 말에 허허 웃어넘기던 남편이 올해가 환갑이다.

친인척들을 불러 밥 한 끼 나누기도 요즘은 민폐인 것 같아 가족여행으로 특별한 날을 대신하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떠난 여행지는 통영. 바다가 보이는 외딴곳에 숙소를 정하고 중앙시장으로 저녁에 먹을 회를 뜨러 나섰다.

활어가 뛰는 시장의 좌판에는 삶의 끝자락에서 숨을 헐떡이는 광어. 도미. 우럭. 오징어 등 횟감들이 펄떡이고 있었다. 상인들은 하루 종일 손님을 향해 손짓을 하고 바구니에 올려놓은 퍼덕이는 고기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씩 잡아들며 흥정했으리라.

주변을 둘러본 후 어중간한 시간이었지만 회 뜨기 전에 긴 이동 시간으로 출출해진 속을 채우고자 식당을 찾았다. 어느 여행지에 가서든 낯선 곳에서 맛있는 음식점 찾기는 참 어렵다.

특히 '뭐 먹을까?'라는 상황이 서로를 곤란하게 한다. 맛 집을 검색해도 이동 거리가 있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눈에 띄는 곳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 들어서는 우리 일행을 연세 지긋하신 분이 맞아주었다.

식당에는 우리 일행만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메뉴판에 '시락국'이 눈에 들어왔다. 이 지역에서만 만들어내는 특별한 음식인가 싶어 먹어볼까 했는데 시래기나물에 생선 국물이 들어가서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먹기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궁금했지만 음식 맛에 실패하지 않으려고 가족들은 콩국수를 시켰고 나는 김밥을 시켰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삶은 콩을 직접 갈아 국수를 말아주고 굵게 말은 김밥은 속 재료가 푸짐하고 색다르게 나왔다.

마음씨 넉넉한 주인은 천천히 먹으라는 말과 함께 궁금해하던 시락국도 맛보기로 내주었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방언이며 통영 맛 기행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주인의 작은 친절과 서비스가 고마워 카드 대신 현금으로 음식 값을 계산하며 둘러본 계산대에 아주 재미있는 글을 발견하였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내 이름은 봉남이다. 간신히 콩 찍기로 썼는데 옆에서 보던 딸이 엄마가 봄나리네 한다. 그래서 나는 봄나리가 되었다'

나이 든 어머니의 오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녀의 정이 듬뿍 드러나는 따뜻한 글이었다.

시락국의 친절과 잔잔한 감동의 글은 여행지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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