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금년 봄에는 배, 사과, 복숭아나무 등 과일 꽃피는 시기에 냉해피해와 화상병으로 인하여 과수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최근 들어서는 마늘 재배면적의 증가와 연례 없는 풍작으로 마늘가격이 폭락하여 또 농민들 걱정이 늘었다. 농촌에서는 농번기를 맞아 인력이 부족하여 농사일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으며, 그나마 대부분은 외국인이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면에서는 코로나로 인하여 고용위기에 처한 많은 여유인력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 국내인력을 농촌에 수혈하는 방안도 강구됐으면 좋겠다.

과거 정권에서의 우리농업은 국제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 한미 FTA협정, 한·칠레 FTA조약 등 많은 국제협약에서 당장 국가에 이익이 되는 다른 분야에 밀려, 농업개방이 확대되면서 늘 손해를 보아왔다. 정부는 농민에 대한 구제책으로 직불금, 지원금, 보조금 등을 주고 농민을 달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농업분야에서는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당당한 산업으로 발전의 길이 열려있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농업은 늘 도와주어야 하는 분야로, 의존하는 산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농업의 가치에 대하여는 심도 있게 생각하거나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사실이다. 늘 마시는 공기나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량의 중요성에 대하여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게기가 되었다. 국가 간 식량의 수출·입이 제한될 경우에는 세계경제가 휘청할 것이며 일부국가에서는 식량이 부족하여 사재기와 가격폭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급기야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상반기 베트남의 쌀 수출 제한이 태국과 공조로 이어졌다면 많은 나라들이 타격을 받고 굶주림에 사망자가 급증했을 것이다.

국가는 국민이 농업의 중요성을 깊이 인정하고 우리 일상에서 농업의 역할을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농업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경제 민주화와 함께 토지 공개념이 논의되고 있다. 당연히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농업의 역할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포함한 농업체계의 개편과 예산의 확보 등에 대한 법적인 기반을 마련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쌀 위주의 우리나라 농업구조의 개편과 유통 구조의 개편에도 심혈을 기우려야 한다. 논에도 특용작물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제한을 완화해 주고, 농민이 생산한 물품을 중간상과 나누어 먹는 구조부터 전면적으로 개편하여 소비자와 직거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통과정만 개편 되더라도 농민들은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억울하게 중간상에 많은 이윤을 주는 모순은 개선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농민들이 한해농사를 지어서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농산물에 대한 안정적 판로 확보로 과잉생산으로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 업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농업은 단순히 농사짓는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산업임을 깊이 인식하고 그 가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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