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여든네 번째 봄'. 제목만 봐도 '84'라는 의미가 깊게 담겨져 있을 법한 제목이다. 84세를 맞은 이월순 시인이 일곱번째로 낸 시집이 바로 '여든네 번째 봄'이다.

이 시집은 총 5부 63편으로 엮여 있다.

1부에는 우리 시대 노년의 일상을, 2부에는 노년이 바라보는 유년시절, 젊은 시절을 담았다. 그 속에 그리움과 설움이 섞여 있다. 3부는 오래 시를 써온 시인의 시론을 담은 시들과 시를 통해 위로받고 시에게 감사하는 시편들로 구성돼 있다. 4부와 5부는 노년의 일상과 함께 그 우울함을 신앙으로 달래보고 성찰하는 시편이 녹아있다.

시집의 제목처럼 우리 사대 노년의 일상이 마치 그 안에 들어가 경험하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정신적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80대의 노시인은 여전히 삶을 즐기고, 시도하고, 느끼고, 다시 반추하고, 여전히 희망을 노래한다.

이 시인은 "60세에 늦깎이로 시작한 나의 시 세계가 벌써 24년이 흘렀다"며 "늦깎이 시인이 되어 출간 때마다 마지막이 될 것 같은 긴장감이 지금도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곱 번째 시집을 출간하게 되니 그 긴장감을 조금 비켜놔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추했다.

1937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유심히 약하게 태어나 많이 다치면서 자라났고 어른이 돼서도 그랬단다.

"1999년도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장애인 판정을 받고 그 많은 문학기행을 다 포기하며 거의 방콕으로 살아왔어요. '찌그리 밤송이 3년 간다'는 말은 나를 두고 생겨난 말 같았습니다. 60세가 되기까지는 육체도 연약하지만, 마음고생도 많아 우울한 삶이 나를 많이 괴롭혔는데 하나님은 보다 못해 나에게 시를 쓰라고 하셨셨어요. 60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우울한 그림자가 사라지고 매일 매일의 삶이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는 행복한 삶이 됐습니다. 행복은 나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선물이었지요."

이 시인은 60세 되던 해에 동네 우체국에서 처음으로 시와 수필을 쓰기 시작했고, 이후 24년간 꾸준히 시집, 동시집, 수필집을 펴냈다.

이월순 시인

'세기문학'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동서문학' 시부문 맥심상, 월간 '문학세계' 아동문학 동시부문 신인문학상, 대한기독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풀부채 향기', '내 손톱에 봉숭아 물',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여든네 번째 봄', 동시집 '바보같은 암소',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신앙시집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를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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