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장실 등에서의 불법촬영이 학교 담장을 넘나들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안심하고 지낼 수 있어야 하는 학교조차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적지않은 충격인데 최근 경남에서 잇따라 확인된 사례는 우리를 경악케 한다. 학교안에서 교사에 의한 불법촬영이라니,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학생들을 대하고, 가르쳤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불법촬영 이른바 '몰카'가 이처럼 범람하는데도 교육당국의 대처는 허점투성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학교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가 전국적으로 451건에 이른다. 충청권만 따져도 충남 20건, 충북 17건, 대전 14건 등 결코 적지않다. 1년에 평균 4~5건씩 발생한다는 것인데 그만큼 학교가 몰카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해를 거듭할수록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몰카로부터 학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도 상황은 거꾸로다. 관련업무를 책임질 교육부 담당자의 자리는 반년째 공석이고 점검도 겉핥기다.

이처럼 학교내 몰카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처벌사례도 늘어 최근 대구에서는 4년전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불법촬영한 4명의 학생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교사와 교수 등의 성범죄에 대한 징계는 아직도 미온적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까지 성비위로 징계받은 교원은 모두 686명인데 40%이상이 경징계 처분을 받아 교단에 남아있다. 성비위로 징계받은 교원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등 몰카 범죄와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범죄는 늘어나고 있는데 처벌은 제자리인 셈이다.

학교안에서의 몰카 범죄 증가는 학교밖에서의 청소년 불법촬영 증가와 맞물려 있다. 교내 몰카가 대부분 학생들의 소행인 만큼 이들의 범죄가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는 것이다. 실제 몰카 범죄 가해자의 절반이상이 19세 미만 청소년을 포함한 20대 이하다. 지난 2015년 411명이던 19세이하 소년범의 숫자가 3년만에(2018년) 두배가 넘는 886명으로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범죄자의 재범률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3년새 6.3%에서 8.4%로 늘어났는데 이같은 증가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몰카범죄의 상황이 이런대도 학교내 불법카메라 점검 등은 형식적일 뿐이다. 충북의 경우 지역을 비롯해 교육청이 보유한 몰카 탐지기가 69대에 이르지만 매년 정기점검때를 제외하고는 이용실적이 거의 없다. 경남사례의 파장이 커지자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긴급 전수점검에 나섰지만 예고된 점검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시로 불시에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지금까지 강건너 불구경만 했다는 얘기다. 그러니 학교내 몰카범죄 증가는 누구의 탓도 아닌, 교육당국의 책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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