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도주로 불법 위치추적 요청한 경찰관 '면죄부'

충북경찰청 / 중부매일 DB
충북경찰청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속보=경찰관이 공적업무를 위해 112허위신고를 하더라도, 과실 정도가 경미하다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솜방망이 선례'가 나왔다. <5월 8일 6면 보도> 

조사 도중에 도주한 피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자살 의심자인 것처럼 속여, 불법으로 위치정보를 확인한 경찰관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 

충북경찰청은 최근 112 허위신고를 통해 불법 위치 추적을 요청한 청주상당경찰서 분평지구대 A팀장 등 3명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징계위는 112상황실로 허위신고를 해 불법 위치 추적을 시도한 A팀장과 검거한 용의자가 도주하도록 방치한 B경찰관에게 징계수위 중 가장 낮은 '견책' 처분을 의결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C경찰관에게는 '불문경고'를 내렸다. 

징계위의 이런 결과는 자체 감찰조사에서 해당 사안을 경징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징계 처분과 별개로 충북경찰청 감찰계는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한 이 건에 대해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행정상의 벌과금인 '과태료' 처분이 적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A팀장 등은 지난 4월 15일 오후 11시께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일하던 태국인 D씨를 붙잡아 지구대로 연행했다. 하지만 D씨는 경찰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다. 이에 A팀장은 112에 전화를 걸어 "아는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며 D씨에 대한 긴급위치추적을 요청했다. 경찰공무원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112로부터 위치정보를 건네받은 A팀장 등은 이 정보를 경북경찰청과 공유, 차를 타고 도주 중이던 D씨를 경북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붙잡았다. 

위치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4장 29조 8호에는 '경찰관서에 종사하거나 종사했던 사람은 긴급구조 목적으로 제공받은 개인위치정보를 긴급구조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조 11호에는 '제공받은 개인위치정보를 긴급구조활동을 위해 긴급구조기관 및 경찰관서에 제공하는 경우 외에는 제3자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러한 사항을 위반하면 제39조(벌칙)에 따라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감찰계는 제43조(과태료·긴급구조요청을 허위로 한 자)만 위반했다고 판단,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

이에 대해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사안을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하고 엄중히 조사했다"며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의 경중과 고의 과실 여부로 판단했을 때 벌칙조항에 해당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A팀장의 허위 신고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충북경찰에서 긴급위치추적시스템을 통해 위치정보를 확인하는 건수는 연평균 5천건에 달한다. 하지만 A팀장과 같은 위법 사례는 긴급위치추적시스템이 가동된 이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A팀장은 조만간 충북경찰 경무계로부터 과태료 300만원의 처분을 고지받는다. 이는 긴급위치추적시스템 관련 충북 첫 위반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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