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도 인생도 으라차차… 꿈 향한 '한판승'

코로나19로 인해 6개월간 멈춰 있던 씨름계가 드디어 오는 7월 21일 영덕 단오장사씨름대회를 개막한다. 대회를 앞두고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6개월간 멈춰 있던 씨름계가 드디어 오는 7월 21일 영덕 단오장사씨름대회를 개막한다. 대회를 앞두고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충북 증평 출신으로 주목받는 선수에서 지도자로 변신해 '씨름의 고장 증평' 자리매김에 힘을 보태고 있는 연승철(52)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감독이 트로트 가수로 깜짝 변신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연 감독이 작사해 직접 부른 노래 '으라차 인생'은 자신의 씨름 인생을 담은 자전적인 곡으로 후배들을 위한 응원을 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하는 '인생 응원가'다. 코로나19로 6개월간의 공백을 깨고 드디어 7월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영덕단오장사씨름대회를 앞둔 연 감독을 만나 그의 희망가를 들어봤다. / 편집자

오랜 마음속 버킷리스트 실천

최근 대세가 된 트로트와 부흥하는 씨름의 만남. 연 감독의 이번 반전 변신은 "40여년 씨름 인생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오랜 마음속 바람의 결실이다.

"친구랑 소주잔을 기울이며 인생 이야기를 하다가 제 씨름 인생을 남기고 싶다고 했더니 글로 써보라고 하더라구요. 글을 완성하고 나니 '내가 쓴 글이 맞나' 싶게 너무 좋은거예요.(하하) 스스로 엄청 감동했죠. 쓴 글의 활용방법을 찾다가 노래로 만들게 됐고, 직접 노래까지 부르게 되었습니다. 제 노래를 듣고 씨름 선수들은 물론 많은 분들이 새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노래 '으라차 인생'은 희망찬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로 씨름판 세계를 담았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연 감독이 노래를 만들게 된 것은 씨름 노래가 많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씨름 노래는 김연자의 '천하장사 만만세'가 유일해 앞으로 자신의 '으라차 인생'이 씨름장에 크게 울려 퍼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주목받던 선수에서 지도자로

증평이 고향인 연 감독은 증평초등학교 4학년 때 씨름과 만났다. 8남매 중 7째인 그는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아 증평씨름협회 주최 초등학교 씨름대회에서 발탁됐다. 빵, 우유를 간식으로 주는 씨름반이 좋았고, 합숙 때면 라면도 끓여주고 3선 츄리닝도 맞춰줘 '이런 별천지가 어디있나' 하며 씨름에 몰두했다.

이후 형석중학교와 청주운호고등학교, 부산동아대학교를 졸업한 연 감독은 1991년 부산 조흥호랑이씨름단에 입단해 활동했으며, 1991년 강원도 태백에서 '금강장사'에 올랐다.

"그땐 천하를 다 얻은 기분이었죠.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수많은 고충이 주마등처럼 스쳤고 그동안의 고생이 다 싹 씻기는 기분이었어요. 평생 잊지못할 환희였습니다."

이러한 선수로서의 경험과 대한씨름협회 심판으로서의 활동은 지도자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연 감독은 2012년부터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감독을 맡아 현재 10명의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증평군청 인삼씨름단'에는 2017년 천하장사 씨름 대축제에서 천하장사를 거머쥔 김진 선수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씨름돌'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손희찬 선수 등이 포진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선수진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연 감독은 씨름을 포기하고 군대에 갔던 김진 선수를 2013년도에 발탁해 백두장사에 3회, 천하장사 1회에 오르게 하며 탁월한 지도력을 입증 받았다.

"저의 선수생활 때를 많이 생각하며 지도하죠. 타산지석으로 입장을 바꿔 선수들이 스스로 느끼게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는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인지 '이기는 씨름'을 하고 있어요. 그런 씨름은 어릴 때는 성적을 내지만 대학팀, 실업팀에서는 한계를 만나게 되죠. 기초가 있고 없고는 종이 한 장 차이이지만 기초만 잘 다져놓으면 기회가 왔을 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꿈을 잡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음반 취입이 씨름인생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연 감독은 증평군 씨름단의 '그랜드슬램' 달성, 씨름박물관과 씨름경기장을 겸비한 '씨름복합타운 증평 유치'가 앞으로 남은 소망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고향 증평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씨름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다.
 

코로나로 멈췄던 씨름판도 재개

코로나19로 인해 씨름계도 지난 1월 홍성에서 열린 설장사대회 이후 6개월 동안 멈춰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드디어 오는 7월 21일부터 영덕에서 단오장사씨름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가 열리기까지 대한씨름협회도 고심을 거듭했고 협회의 방침에 따라 선수들도 엎치락 뒷치락 수차례 희비가 오갔다. 자신과의 싸움을 반복하며 오랜 시간 기다려온 만큼 이번 대회에 거는 선수들의 기대도 크다. 연 감독은 자신의 '으라차 인생'이 크게 틀어진 이번 대회장에서 구슬땀을 흘려온 증평군 선수들의 승전보가 들려오길 기대하고 있다.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다시 찾아온 씨름의 부활…멋진 경기로 말하겠습니다"

1998년 출범한 '증평군청 인삼씨름단'은 충북 유일의 씨름 전용훈련장, 증평인삼배 전국장사 씨름대회 등을 통해 우리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의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1980년대 큰 인기를 누리던 씨름은 2000년대 들어 대중들에게서 멀어졌지만 최근들어 다시 남녀노소가 찾는 국민 스포츠로 부활하고 있다. 특히 근육질의 꽃미남 선수들이 펼치는 다채롭고 화려한 기술과 치열한 심리전까지 더해진 시원한 한판 승부를 보려는 젊은 여성팬들이 몰리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증평군 씨름단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현재 증평군 인삼씨름단에는 연승철 감독과 서수일 코치의 지도아래 80kg이하 태백급 5명, 90kg이하 금강급 2명, 105kg이하 한라급 1명, 140kg이하 백두급 2명 등 10명의 선수가 포진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6개월간 멈춰 있던 씨름계가 드디어 오는 7월 21일 영덕 단오장사씨름대회를 개막한다. 대회를 앞두고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6개월간 멈춰 있던 씨름계가 드디어 오는 7월 21일 영덕 단오장사씨름대회를 개막한다. 대회를 앞두고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상욱 선수(25·태백급·서울 송곡고-인하대)는 밑으로 파고 드는 기술이 뛰어나 경기가 와일드하고 빗장거리를 멋지게 구사한다. 힘있는 씨름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으며 성격이 좋아 팀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박현욱(35·태백급·성남 양곡고-인하대)선수는 드는 동작인 들배지기가 장점이며 선수로서 몸관리가 철저해 귀감이 되고 있다. 183cm의 장신이 보여주는 날렵한 씨름의 묘미를 선사하고 탁월한 경기운영이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손희찬(25·태백급·서울 송곡고-한림대)선수는 밑을 파고드는 씨름이면서 안다리(앞무릎치기) 파고들기가 특기다. TV프로그램 '씨름의 희열'에 출연하면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씨름계의 옥태연', '씨름계 아이돌'로 통한다.

정은서(23·태백급·공주농고-용인대)선수는 올해 입단해 증평군 소속으로 아직 시합 출전은 안했지만 좌우로 흔드는 모션의 연결동작이 매우 좋다. 선수들과의 유대관계도 좋아 새로운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하관수(28·태백급·전주 신흥고-중원대)선수는 장기전이 유능하고 파워가 좋으며, 상대선수를 리드하는 부분이 남다르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으며, 조각같은 몸매와 훤칠한 외모로 씨름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청수(27·금강급·대전 계룡공고-경남대)선수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 밀어치기가 주특기이며 꾸준하고 성실한 자세로 실력을 쌓고 있어 어떤 정상급 선수와도 대적해 볼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황대성(31·금강급·경남정보고-동아대)선수는 장기전 밧다리 공격이 특기이며 철저한 몸관리를 통한 단단한 체력과 중심이 돋보인다.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노련한 경기운영이 돋보이는 베테랑 선수다.

김성환(22·한라급·서울 송곡고-중원대)선수는 드는 씨름이 장점이고 95kg급에서 뛰다가 실업팀으로 오면서 한라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고 있어 곧 실력발휘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승철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감독이 40여년 씨름인생을 담은 '으라차 인생'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진(31·백두급·인천 부평고-인하대)선수는 들배지기, 안다리가 주특기이고 '제2의 이만기', '공격씨름의 달인'으로 불리며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는 씨름을 보여주고 있다. 3번의 백두장사 등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증평군의 이름을 높이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씨름의 최고 영예인 천하장사에 등극, 카퍼레이드를 통해 군민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윤성희(31·백두급·원주 대성고-인하대)선수는 언제나 스마일. 2015년 백두장사 출신으로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뛰어난 정신력으로 극복, 올해 또 한번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10명의 소속 선수들을 설명하며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연승철 감독은 "10손가락 중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우리 선수들을 바라볼 때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매일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한다"며 "증평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올해도 각각의 선수들이 바라는 자신만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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