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작가전 '이완호: 삶과 예술의 일치' 미공개 대작 등 120여 점
이승희 작가전 '공시성' 조명·연출 탈피… 다양한 상상력 제공

이완호 작가의 유족인 부인 연영애 서원대 명예교수가 청주시립미술관 전시에 참여해 이완호 작가에 대한 기억을 함께 공유했다. / 이지효
이완호 작가의 유족인 부인 연영애 서원대 명예교수가 청주시립미술관 전시에 참여해 이완호 작가에 대한 기억을 함께 공유했다. /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은 사직동 본관에서 청주미술사 정립의 일환으로 2개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2020년 작고작가전 '이완호:삶과 예술의 일치'이고, 다른 하나는 청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진작가 전시인 2020 로컬 프로젝트 첫번째 이승희 작가의 '공시성'이다. 2개의 전시들을 소개한다.

 

자신만의 예술 세계 구축한 이완호

청주시립미술관 2~3층 전시실에서 오는 10월 4일까지 개최되는 2020년 작고작가전 '이완호: 삶과 예술의 일치'는 청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故이완호의 작품을 통해 청주 미술에서 그가 차지했던 위치와 의미를 되돌아보고자 마련됐다.

이완호 작가는 없지만 그의 평생 반려자였던 연영애 서원대학교 명예교수가 전시장에 함께해 의미있는 시간을 나눴다.

이완호 作 감, 1989, 캔버스에 아크릴릭, 연필, 100×160cm, 유족 소장
이완호 作 감, 1989, 캔버스에 아크릴릭, 연필, 100×160cm, 유족 소장

이번 전시는 30년 동안 청주에 머물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이완호의 작품을 시대별로 구분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대작, 회화, 판화, 드로잉 등 120여 점과 다량의 아카이브, 그리고 지역 화단에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던 '사창동 작업실' 재현, 다큐멘터리 영상 등 이완호 작가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이완호 작가의 유족인 연영애 명예교수는 "작고 13주기를 맞아 이러한 전시가 열리게 돼 감사하고 의미있는 전시"라고 밝혔다.

고 이완호(李莞鎬, 1948~2007)작가는 1948년 경상북도 성주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 충북대학교에서 서양화 실기와 이론 강의를 맡으며 청주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1978년 충북대학교 사범대학(미술교육과)에 전임으로 임용되면서 본격적으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1986년에는 충북대학교 미술교육과 서양화 전공 졸업생, 재학생들로 구성된 '무심회화협회'를 결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오랜 기간 단체를 이끌었고, 1994년 창립된 '충북판화가협회'의 초대회장을 맡아 충북 미술계에 판화의 예술성을 알리고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완호 작 나무, 2004, 종이에 드라이포인트, 45×60cm, A.P., 유족 소장
이완호 作 나무, 2004, 종이에 드라이포인트, 45×60cm, A.P., 유족 소장

전시의 부제인 '삶과 예술의 일치'는 1980년대 후반 작가노트의 제목으로 사용된 언어로써, 작가의 예술관을 잘 설명해 준다.

"나에게 있어 작업은 삶의 일부이며 삶의 충실한 기록이고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나의 삶과 나의 작업이 다른 것일 수 없고 서로 얽혀서 돌아가는 하나의 둘레이다. 삶의 내용이 작업을 결정하며, 작업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의미 있게 한다. 그러하기에 표현된 것이 아름다운 것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유의하지 않는다."

이완호 작가는 주변에 있는 자연과 식물, 사물들도 모두 예술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다. 길을 걷다 바지에 붙어 있는 풀씨 등 자연의 일부 마저 '우리는 그렇게도 얽힌다'라며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또 그림과 글이 함께 어우러지는 작품을 거의 처음 선보였으며, 그림속 글귀마저 관객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이상봉 관장은 "이완호 작가의 작품만이 아니라 과정에 관심을 뒀다"며 "변모된 과정을 아카이브화 하고, 작가정신으로 활동한 이완호 작가에 대한 조명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희 작 공시성
이승희 作 공시성

로컬 프로젝트 이승희 작가의 '공시성'

청주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전시중인 이승희 작가의 '공시성(共時性)'은 '로컬 프로젝트 2020'의 첫 번째 전시다.

1958년 청주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희 작가는 청주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중국 경덕진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조선 도자의 입체 형태를 비정형화된 평면으로 변화를 시도한 '평면도자' 시리즈를 통해 도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익숙한 것을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에 탈피하고 새로운 사고를 제시해 왔다. 또한 수천 개의 도자 대나무 마디를 이어 대나무 숲 형상으로 만든 '도자 대나무 시리즈'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뉴욕, 교토, 베이징 등에 초대됐다.

이승희 작가. / 이지효
이승희 작가. / 이지효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공시성(共時性)'은 어떤 현상이 의미상의 일치는 있지만, 전혀 인과관계를 찾아볼 수 없는 비인과적 원리를 뜻하는 것으로써 심리학자 카를 융이 제시한 원리이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청주시립미술관의 1층 전시실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는 공간 의도를 최소한 줄이기 위해 공간에 조명을 거의 쓰지 않고 흑색 도자 대나무를 비롯한 검은색의 작업을 설치해 검은 바닥 공간과 작품의 형체가 거의 보이지 않게 연출했다.

처음에 들어가면 어두웠던 전시장이지만 전시장을 관람하다 보면 점차 드러나는 대나무들을 볼 수 있다. 또 냉방을 위해 틀어놓은 에어컨 소리가 마치 대나무 숲에 불어오는 바람소리처럼 들려온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비인과적 원리를 뜻하는 그의 전시 제목인 '공시성(共時性)'과 잘 들어맞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승희 작 공시성 로비에 설치된 모습.
이승희 作 공시성 로비에 설치된 모습.

이 작가는 "항상 익숙한 화이트 큐브에 계획적인 조명연출로 작품이 돋보이거나 세련된 연출의 전시가 아닌, 관람객이 형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물(작품)의 윤곽을 발견하고, 스스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시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 공간은 저에게 호기심을 줬고 미술적인 코드를 최대한 줄이려 했다"며 "건물의 소음이지만 작품과 어떻게 조우하느냐에 대한 생각으로 관람객분들이 밤하늘을 쳐다보며 느끼는 감정을 느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이 깜깜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관람객들도 적지 않은데 꼭 들어가 자연의 느낌과 소리, 도자기의 질감을 느껴봤으면 한다.

이승희 공시성 포스터
이승희 공시성 포스터

이상봉 관장은 "'로컬 프로젝트'는 단순히 그동안 중앙미술계 흐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된 공간에서의 예술적 실험과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 확장되는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승희 작가의 전시는 오는 8월 23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청주시립미술관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관람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미술관 입장 시 발열 체크 후 관람이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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