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우리는 두 사람의 삶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10일 새벽 숨진 채로 발견된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인권 변호사로 명망을 얻었고 시장이 된 뒤에도 페미니스트 시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시장으로서도 여성의 이익을 대변하려 했고 성폭력을 규탄하고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랬던 그가 전 비서로부터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했으니 그 충격의 크기가 훨씬 더 크게 느껴졌을 것 같다. 눈을 뜨고 나서 바라보이는 현실이 감당하기 어려웠으리라. 여성 인권을 말하고 대변하려 노력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서있는 곳이 2020년 서울의 한 복판임을 깨달았으리라.

어떤 이들은 지자체장이 갖는 권한의 크기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지자체장이 되면서 자기 사람들을 공무원으로 함께할 수 있으며 조직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같이 시작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주군과 신하의 관계처럼 일했을 것이고 일반 공무원은 인사권을 행사하는 시장의 비위를 상하게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제도와 조직이 만들어내는 주종관계가 고착화 되었으리라. 결국 초심을 잃고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어 자기중심적 세계로 빠져들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지자체의 장으로서 공사를 구분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 일이 그럴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권한의 축소가 해결책이 될 순 없다. 결국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집무실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5분만이라도 지자체의 장이 되어 가졌던 초심을 생각해내기만 해도 수많은 오류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0일 밤에 숨진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에 대해서도 왈가왈부하고 있다. 그의 공과 과를 말한다. 그가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일본이 항일무장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세운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당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본의 참을 수 없는 만행과 우리의 독립을 위하여 일본에 무장하여 대항하였고 류관순과 같은 청년 학생들조차 태극기를 손에 들고 앞장서 독립만세를 외쳤던 그런 암울함이 이 땅에 더욱 고조되던 시기였다. 그는 이 땅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땅에서 일본이 물러가는 날이 왔고 그는 고당 조만식의 비서로 활동하다 소련군이 진주하자 월남하여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나이에 사단장이 되었고 북한의 남침으로 벌어진 6·25 전쟁에서 장군으로 참전하여 큰 전과를 올리게 된다. 전력을 다하고 부대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한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군인으로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불과 한 조각 남은 땅을 지킴으로 이 땅을 공산주의로부터 지킬 수 있었다며 그를 영웅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공과 과, 보는 이의 가치관과 판단 기준에 따라서 어떤 것은 더 커 보이고 다른 것이 작게 보일 수 있다. 공과를 주장하는 우리가 나누어 다툴 일은 아니다. 공은 공으로 인정하고 과는 과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후세에 가르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어느 나라든 영웅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우리의 이순신 장군이 그렇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제퍼슨 제3대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리라. 그런 제퍼슨이 흑인 노예 83명을 거느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 당시의 상황이 그랬다고 이해해야 하는지 의문이긴 하다. 그러고도 60여년이 지난 링컨 대통령에서야 노예 해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이제 우리 곁을 떠난 두 사람의 공을 더 기려서 우리의 미래에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리라. 그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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