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코로나19로 건강·면역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심지어 우울감까지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 농축산물 소비를 통해 일고 있다.

여기에 환절기 큰 일교차와 미세먼지, 꽃가루, 황사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기,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면역력 등 기능성 성분이 풍부한 국내 농축산물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5년 전 세계 전염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던 강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 더한 전염병이 세계를 덮칠지 모르고 이에 대한 대비와 함께 전염병 등의 특수한 상황이 닥쳐도 항상 우리 국민들이 일정한 수준의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정 식량 확보 및 유지를 위한 식량안보 대비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먹거리 농업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 보다 더욱 크게 느껴지는 시기다.

다양한 면역력 강화 기능에 우리 농산물들이 이목 집중되고 있지만 그 중 특히 한국 사람의 주식(主食)인 쌀에 관해 필자는 언급하고자 한다. 익히 알고 있듯 지속적으로 그 소비량은 줄어 1964년 120.2㎏이던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꾸준히 줄어들어 1998년엔 99.2㎏을 기록, 처음으로 100㎏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59.2㎏으로 60㎏ 밑으로 떨어졌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1인당 쌀 소비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그 주 유는 대체할 수 있는 먹거리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주성분인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당뇨나 비만 위험이 증가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맘껏 자라야 할 학생들을 중심으로한 젊은 층의 쌀 소비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과 줄어드는 쌀 소비에 대응하기 위해 농협과 관련기관들은 최근 몇 년간 기능성(면역력 증가) 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능성 쌀은 당뇨나 비만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노화를 방지하는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 예로 현미는 쌀 속의 진주로 통하는 옥타코사놀과 베타글루칸·비타민B군·감마오리자놀 등 면역 증강성분이 많다. 옥타코사놀은 대륙을 이동하는 철새들의 에너지원을 연구하던 학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보통 흰색 쌀(백미)과는 달리 특정 영양소를 가진 '기능성 쌀'은 색깔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흑미(黑米)와 적미(赤米)엔 안토시아닌·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노화를 예방할 뿐 아니라 항산화 효과 이외에 당뇨나 비만, 고혈압·고혈당 등에 좋다고 한다.

보통 쌀보다 쌀눈이 3배 정도 큰 것이 특징인 '눈큰흑찰'도 비만과 고혈압·고혈당 등 대사증후군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혈압도 낮아져 눈큰흑찰에 혈압 조절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바(GABA) 성분이 일반 쌀보다 8배 이상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뿐 아니라 노화와 최근 이슈가 되는 면역력을 더 증강시켜주는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쌀 품종도 있는데 '흑진미'와 '적진주2호'가 대표적으로 흑진미는 검정 쌀(흑미)에 주로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과 붉은 쌀(적미)의 대표 성분인 '폴리페놀'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은 활성산소의 산화 작용을 억제해 노화 관련 물질 생성을 줄임은 물론 면역력을 증강 시키는 기능을 한다. 두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흑진미는 적은 양만 먹어도 그 효과가 더 배가 된다는 의미다. 또한, 쌀을 원료로 만든 조청도 면역력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쌀을 엿기름과 효소로 당화시키고 농축해 제조하는 조청은 체질개선, 몸의 균형유지, 독소제거 등 면역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리들은 흔히 '밥 한번 먹자'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밥이 국민 정서상 정(情)을 나누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유전자와 같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19사태가 굳이 아니더라도 식량안보는 물론 공익적 기능과 농업생산의 근간으로서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점을 고려할 때 쌀은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농산물임을 전 국민들이 공감했으면 한다. 지난 수백 년 아니 수천년 동안 그래왔듯이 농업은 상당히 중요하고 우리에게 있어 꼭 필요한 근간산업으로, 언제나 함께 가야 하는 산업이다. 다른 산업은 시작되었다가도 사라질 수 있지만 농업은 그렇지 않다.

음식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증진하려는 사람들이 코로나 19로 더욱 늘면서 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즉, 외식 위주의 식생활 패턴을 벗어나 보니 쌀이 단순히 예부터 먹어온 주식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좋은 재료라고 비록 늦은감이 있지만 인지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그 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쌀에 함유된 여러 영양성분들이 밝혀 졌으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영양성분을 다량 함유한 '기능성 쌀'도 개발되어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코로나 19등 전염병 확산에 따른 면역 기능성 쌀)를 바탕으로 기능성 쌀은 수량성 등 농업적 특성 면에 문제를 보이지 않고 일반 농가에서도 재배할 수 있게 되어 많은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개인 면역 상태에 따른 우리 기능성 쌀 섭취로 통해, 비록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 시국일지라도 영양 보충 및 균형을 이뤄 쌀 소비가 촉진된다면, '다양한 면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능성 쌀의 개발과 소비'는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고 우리 농업을 살리는데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흔히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말한다. 이제 바야흐로 우리쌀도 점차 K-방역과 더불어 바람을 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쿡방 프로그램과 집밥 열풍으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 식문화와 요리에 대해 해박한 전문가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의 주식인 '쌀'의 숨은 기능 '면역성' 이야기하는 이도 많아 지길 기대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진정한 '우리쌀'의 우수성 이해하고 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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