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사적 의미 세계문화유산 등재 힘써야"
제6지구서 슴베찌르개·좀돌날떼기·돌자 등 발견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40년 전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어요. 그때는 750㎜로 폭우가 쏟아졌죠. 내 인생의 40년을 수양개와 함께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목이 메입니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충북대학교 명예교수 회장)은 1980년 7월 21일을 잊지 못했다. 7월 21일이 바로 충북 단양군 적성면의 2만년에서 4만년 전 석기시대의 다양한 유물이 출토된 수양개 유적 발굴 40주년을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 1998년 중국에서 개최된 수양개 국제학술회의 책자를 들고 수양개 유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지효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 1998년 중국에서 개최된 수양개 국제학술회의 책자를 들고 수양개 유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지효

이 이사장은 "발굴과 관련돼 수차례 난제에 부딪혔지만 1997년 7차 발굴까지 진행해 그해 10월 수양개유적이 사적 398호로 지정됐다"며 "이후 박물관 건립 신청에서도 IMF 벽에 부딪히며 예산 삭감 등 어려운 시기를 봉착했다"며 당시 힘든 시기를 회상했다.

이후 충주댐 건설로 유적들이 모두 수몰되고 수중보 조사가 실시되기까지도 너무도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이 이사장은 "구석기 유적인 공주 석장리와 연천 전곡리 유적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 의해 발견된 유적이지만 수양개는 이융조를 필두로 충북대 박물관과 충북대 역사교육과, 고고미술사학과 학생들의 주도로 발굴된 것으로, 그것이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며 "슴베찌르개, 좀돌날떼기, 돌자, 웃는 얼굴 새긴 돌 등 세계가 주목할만한 유물을 많이 발굴했다"며 그것이 오늘의 수양개를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06년 7월 26일 단양에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이 개관되면서 구석기 유적지가 표시된 단양 일대의 지도와 설명, 구석기인들의 생활상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교육적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 이사장이 지난 1996년부터 실시해온 국제학술회의 '수양개와 그이웃들'도 세계 각지에서 25회나 개최됐으며 참여국만 182개국에서 436개의 논문이 수양개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발표됐다.

이 이사장은 이처럼 수몰지역의 유적이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고 그것의 가치를 인정받아 박물관을 건립하고 25회나 되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해오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오늘날의 수양개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올해는 학술회의 25회를 맞아 연천 전곡리 유적을 시작해 단양 수양개 유적을 거쳐 일산 가와지볍씨 박물관까지 일정을 생각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모든것이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그리고 수양개 유적 6지구에서 발굴된 슴베찌르개와 좀돌날떼기, 돌그릇, 돌자, 웃는 얼굴 새긴 돌 등 문화적으로 의미있는 유물들이 발굴됐지만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안습니다."

이 이사장은 "그 시대에 돌자의 간격이 4㎜로 일정하다는 것은 그때부터 측량의 기초가 됐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우종윤)은 지난 2017년 5월 11일 창립된 수양개보존회(회장 정하모)와 함께 오는 9월 '수양개 구석기문화'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우리 지역 수양개에서 발견된 빛나는 구석기 문화를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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