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주 제5산업단지에 둥지를 틀기로 하고 착공식을 가진 현대엘리베이터가 공사 시작 열흘만에 지역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 공사는 앞으로 2년여에 걸쳐 연면적 12만8천여㎡의 대규모 건축물이 들어서게 될, 지역으로서는 흔치않은 민간투자 사업이다. 국내 시장 1위라는 지위도 그렇지만 현대라는 그룹계열사로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은 물론 새로운 지역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런 장밋빛 그림이 채 그려지기도 전에 '지역과의 상생'에 대해 우려할 만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 것도 있었지만 지역의 입장에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부분에서 기대감을 높였다. 총 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건축·토목공사에 지역건설업체 2곳이 참여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룹계열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컨소시엄에 이들이 이름을 올린 것인데 지역업체로서 대규모 공사 수주에 동참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예상밖의 상황을 지역에서는 '상생을 위한 배려'로 보고 호평과 함께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착공 며칠만에 들려온 소식은 이같은 기대를 접게 만들고 있다. 이제 시작단계에서 앞서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컨소시엄 참여업체에 배분된 물량이 공사 총액의 2.5%에 그친다면 이는 구색맞추기일 뿐이다. 금액을 따져도 60억원 가량으로 지역에서 발주되는 공사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결국 현대엘리베이터는 충주로의 공장 이전에 더해 지역과의 상생에 공을 들였다는 생색만 낸 셈이다. 이에 지역에서는 "차리리 하도급이 낫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참여업체들은 공사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회사측의 설명대로 단계적 시공에 따라 추후 공사금액이 더 많아질 수도 있고, 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을 불편하게 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지금 지역에서 문제삼는 것은 '이 회사의 속내가 겉다르고 속다르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기업 이전과 함께 지역상생 협력을 발표하는 등 포장을 그럴듯하게 꾸몄는데 내실은 없는 그런 처지를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대기업이라서, 경기침체중 대규모 투자라서 지역이 반색을 한 것이 아니다. 상생을 약속하고 보여줬기 때문인데 그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첫 단추일 뿐인 이번 공사 컨소시엄에 주목한 것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본사 이전과 그에 따른 투자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그 뒤는 볼 것도 없다. 믿음과 기대로 부푼 애드벌룬에서 이것들이 빠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폭적인 지원을 밝힌 충주시도 이에 걸맞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약속을 어기고, 시민들을 기망한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해결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믿음과 기대를 되살리고, 회사의 미래를 밝힐 그런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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