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장마가 이어지는 여름입니다. 열매가 가득 달린다고 붙여진 계절 여름은 생명의 풍요로움이 절정에 오르는 시기입니다. 도심의 가로수는 더 짙푸른 색으로 변하고 이 사이로 생명이 가득한 울림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여름을 알리는 매미 소리입니다.

매미는 어릴 적 추억을 불러옵니다. 어설픈 곤충 채집망을 들고 소리를 찾아서 가로수나 학교 숲을 누빕니다. 느티나무와 비슷한 색의 매미는 눈에 잘 띄지 않기에 귀를 꼿꼿이 세우고 찾아야 합니다. 매미를 발견하면 심장은 쿵쿵거립니다. 날아가지 않을까 잠자리채로 천천히 다가갑니다. '빼-애' 하며 단발의 소리와 함께 매미가 푸덕거립니다. 매미는 어린이들이게 내재되어 있는 사냥 본능을 어설프게 해소하게 합니다.

매미는 곤충강 매미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전 세계에는 1500종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15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매미의 몸 색은 보통 흑갈색이나 갈색 검은색을 띠고 있으며, 몸길이는 종류별로 1.5센티부터 8센티까지 다양합니다. 머리가 크고 겹눈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어 주위를 잘 살필 수 있습니다. 나무의 수액을 빠는 주둥이가 있는데, 머리에서 배 쪽으로 뻗어있어 자세히 봐야 보입니다. 날개는 2쌍이며 대부분 투명한 막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컷에는 배 쪽에 잎사귀 모양의 발음기가 있고 암컷은 배 끝에 기다란 산란관이 있어 구분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매미로는 말매미, 참매미, 애매미, 유지매미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말매미는 크기가 가장 큰 매미로 커다란 뜻인 '말' 자가 붙은 매미입니다. 말매미는 큰 몸집에 맞게 울음소리도 우렁찬데 "트르르륵....츨르륵" 단음으로 무지막지한 소리를 냅니다. 옆에서 듣다 보면 귀가 따가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매미 소리는 소음에 대한 민원이 되기도 합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매미 소리를 연구를 했습니다. 도심의 숲과 나무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5~6㎑, 참매미는 4~5㎑로 이 울음소리 주파수가 사람이 잘 듣는 음역대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언제 우느냐도 조사했는데 말매미는 오전 8시부터 낮 2시까지 참매미는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대부분 우는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낮에 시끄러운 매미는 말매미이고요. 새벽에 잠을 설치게 하는 매미는 바로 참매미입니다.

참매미와 애매미 소리는 여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매미소리는 이 두 종의 소리입니다. 음률이 있고 발음으로 표현하자면 참매미는 "매매매맴 맴매맴매맴매에에에에에...", 애매미는 "츠르르르 히이샤 히이샤 히히히히샤" 이렇게 들립니다. 사람마다 달리 들리니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종류별로 들을 수 있습니다.

매미의 삶을 알게 되면 왜 이렇게 처절하고 열정적으로 우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짝짓기를 하기 위한 수컷의 사랑 노래입니다. 우렁차게 울어야 암컷 매미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짝짓기 후 암컷은 나무의 줄기에 알을 낳는데 이 알은 겨울을 나고 나서 유충으로 깨어납니다. 그 후 유충은 나무 밑으로 내려와 땅 속으로 들어가 나무 뿌리에서 수액을 빨아 먹으며 4~7년을 자라 성충이 되고, 여름밤에 땅 위로 나와 매미로 우화를 합니다. 매미에게 짝을 찾는 시간은 7~10일이라는 시간만 주어졌습니다. 그 후에는 모두 죽게 됩니다. 그러니 그 울음소리가 처절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도심에서 매미의 개체수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근데 왜 우리 주변에 소음의 민원이 많을까요? 도심에 매미가 올라올 땅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가로수, 공원, 학교, 하천변, 아파트 조경된 곳이 도심 매미의 서식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사는 생활권과 아주 근접해지게 되었습니다. 매미의 슬픔은 알에서 깨어난 유충이 천적을 피해 내려왔는데 아스팔트나 시멘트인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제조제나 해충방제 등으로 인해 점점 그 숫자가 줄고 있습니다.

박현수 숲 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매미의 삶을 떠올려봅니다. 땅 속에서 그리고 땅 위에서 삶을 그려봅니다. 우리처럼 삶이 녹녹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름에 매미 소리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매미가 도심에서 사라진다면 진짜 소음만 남게 됩니다. 매미의 삶을 떠올리면서 이번 여름에도 매미와 잘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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