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업시행자, 소송 제기… 행정권 위·적법성 관점

국사산업단지㈜가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 선고공판이 23일 청주지법에서 열리는 가운데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 입구에 국사산업단지 추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김용수
국사산업단지㈜가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 선고공판이 23일 청주지법에서 열리는 가운데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 입구에 국사산업단지 추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청주시가 주민 보호를 위해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발휘한 행정권이 진정한 '적극 행정'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판결이 23일 나온다.
 
법원이 청주시의 정당성을 인정해 준다면 다른 자치단체에서 표본으로 삼는 실전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시행자 지정이 취소된 국사산업단지㈜가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 선고공판이 이날 오후 청주지법 제1행정부 심리로 열린다.
 
이 소송은 청주시의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처분이 행정권을 남용한 위법 행위인지, 적법한 절차에 따른 행정청의 재량권인지를 따지는 재판이다.
 
◆국사산업단지 쟁점=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 일원에 계획된 국사산업단지(95만6천㎡)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사업시행자와 청주시 간 쟁점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투자의향서를 제출해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국사산업단지㈜는 2017년 1월 시에 산업단지 조성계획 신청서를 제출해 같은 해 11월 승인받았다.
 
당시 사업시행자인 국사산업단지가 제출한 재원조달계획을 보면 2016년 5억원, 2017년 82억원, 2018년 1천358억원, 2019년 683억원으로 돼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연차별로 자금을 확보해 토지보상, 기반시설 설치 등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는 사업 승인이 이뤄진 후 2년간 토지확보조차 하지 않았다.
 
사업예정지 중 산업단지로 편입해야 할 토지 87만5천㎡(386필지)에서 2년간 이뤄진 토지보상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시는 확인했다. 사업시행자가 토지보상비 745억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토지거래를 위한 계약(239필지)만 유지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한 날부터 2년이 경과하는 날까지 토지소유권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고, 다른 시행자를 선정해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
 
국산산단 사업시행자가 법적으로 토지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기한은 2019년 11월 3일까지다. 시는 기한이 임박해도 토지보상 조짐이 없자 2019년 5~10월 4차례 공문을 보내 소유권 확보를 촉구했다. 그런데도 아무런 진척이 없자 시는 2019년 11월 27일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에 들어갔다. 사업시행자가 자금 확보 등 토지보상을 위한 노력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시는 청문과정에서 사업시행자인 국사산업단지㈜에 같은 해 12월 27일까지 편입 예정 토지의 30% 이상 소유권 확보를 위한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시행자는 이를 내지 않았다.
 
확실한 실행 의지를 보여준다면 사업기간을 추가 연장해 주겠다는 조건도 걸었다. 이러한 조건에도 확답이 없자 시는 올해 1월 17일 사업시행자 지정을 직권으로 취소해 버렸다.
 
◆주민 피해 및 사업 취소 위기=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는 마무리됐으나 더 큰 문제는 주민 피해다.
 
사업대상지인 국사1·2리 주민들은 사업시행자와 한 토지매매계약으로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금은 대체 토지 마련 비용과 생활자금 등으로 사용했으나 약속된 보상금을 받지 못해 주민들은 농사를 지어 매달 이자를 갚는데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국사산업단지 조성 실시계획인가 유효 시점이 올해 6월 30일까지란 점이다. 이 시점이 지나면 산업단지 구역결정은 모두 해제돼 국사1·2리는 원래 용도로 되돌아간다. 산업단지 추진이 무산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대출받은 주민은 제값도 받지 못하고 금융권에 땅을 넘겨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시는 이를 막기 위해 올해 2월 10일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한 모집 작업을 시작했고, 총 9개 업체에서 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국사산업단지㈜에서 이를 알고 3월 24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 지정 취소 처분 집행정지 인용을 받아내면서 본안소송이 이어지게 됐다.
 
대다수 자치단체는 소송이 제기되면 통상적으로 행정절차를 아예 중단해 버린다. 패소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추가적인 민사소송을 두려워해서다.
 
◆적극 행정= 그렇지만 시는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한 지정 절차를 그대로 강행했다. 당장 주민 피해 구제가 우선이고, 소송 과정에서 사업 종료 시점이 도래하면 산단조성이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는 자신들의 판단이 옳다고 믿고 '선 조치' 결단을 내려 산단조성 백지화를 20일을 앞둔 지난 6월 10일 새로운 사업시행자를 지정해 사업을 종전대로 밀고 나가고 있다.
 
법원이 이 같은 전후 사정을 인정해 청주시의 손을 들어준다면 주민 피해도 막고, 기업의 생산활동 안정화에 기반이 되는 산업단지 구축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주민 보호는 행정청의 책무"라며 "법 테두리에서 모든 절차를 진행했고,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능력 있는 시행자가 사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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