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시장 이춘희)는 세종시 탄생과정 및 출범과 관련, 수집한 기록물을 오는 29일부터 '세종시 탄생과정 기록관'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청 1층에는 전시장을 마련해 시민들이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세종호수공원 전경. 2017.06.27 / 뉴시스

아파트 가격 폭등이 부른 부동산 문제가 의외의 결과를 낳고 있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행정수도'로 불씨가 옮겨붙은 모양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수도(首都)'라는 표현은 사라졌지만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도시로 만들자는 주장은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던 정당마저 소극적인 자세로 보여왔던 것이 엊그제인데, 부동산으로 인해 민심이 악화되자 갑작스럽게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충청권으로서는 환영할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박수만 보내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야당에서 지적한 국면전환용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어쩌면 당연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현 정부가 보여준 정책추진이 이를 뒷받침한다. 21대 총선을 통해 절대다수당이 된 만큼 이전과는 다르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목소리를 높여 온 '지방분권'을 지금까지 뒷전으로 미뤄뒀다가 이제서야 장단을 맞추니 진정성에 의구심이 가는 것이다. 별다른 논의 한번 없다가 당청이 기다렸다는듯이 손발을 맞추는 것도 왠지 어색하기만 하다.

여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의 완성을 제안하자마자 대통령은 국가발전을 내세우며 지역중심을 강조했다. 또한 여당내 유력주자들은 관습헌법, 수도권 문제 등을 이유로 일제히 찬성의견을 밝혔다. 하루 아침에 '행정수도'가 공론화를 넘어 국정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대한 야당의 태도도 정략적이란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헌재 결정을 내세워 관련 논의 자체를 거부하던 입장과는 전혀 딴판이다. 행정도시에도 소극적이더니 돌연 국민적 관심사라며 수도권 과밀 해소 방안으로 주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행정수도의 대상지인 세종시를 안고 있는 충청권으로서는 쌍수(雙手)를 들 일이다. 세종시 설치의 이유이자 존재목적이기 때문이다. 인근 지자체들이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 정치권의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 부동산 대책이나 개헌 연계 등 행정수도 본연의 역할과 무관한 것들이 더해지면 결국 이번 논의도 산으로 가게 된다. 시간만 끌다가 엉뚱한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과밀화, 특히 서울집중을 완화하면서 국가균형발전으로 가는 선택이어야만 한다.

이같은 선택에 따라 '행정수도'를 완성하려면 지금과 같은 논란과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실질적으로 세종시가 행정1번지가 돼야 한다. 수도라는 이름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그 역할을 하면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국회의사당 이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 청와대 이전도 공식적으로 검토·추진돼야 한다. 이에앞서 공공기관 이전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 이런 일들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행정수도가 되고 서울 집중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된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선택에 정치권이 동참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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