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코로나19 이후, 인류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우리를 감히 코로나 사피엔스라 부른다.' 최근 발간된 책, '코로나 사피엔스(Corona Sapiens)'의 표지에 적힌 글이다. '호모 사피엔스', '포노 사피엔스'에 이어서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문명의 대전환기를 주도할 신인류를 지칭하는 합성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질서, 사고와 패러다임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 감염사태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생태계 파괴와 소비 양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참여한 각 분야 6명의 지성들은 '포스트 코로나'는 오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얼마 전 과학기술정통부는 전문가 논의를 통해 정리된 코로나19 이후의 4대 환경변화로, '비대면·원격 문화의 확산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 '바이오 시장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자국중심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의 스마트화 가속', '위험 대응 일상화 및 회복력 중시 사회'를 들었다.

기존의 틀이 무너져내리고 변화 없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요즘, 디지털 전환과 바이오 경제라는 거대한 흐름에 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제적 기술혁신과 산업경쟁력 강화로 우리의 내일을 스스로 개척해야만 한다.

함께하는 충북의 '지난 10년'은 변화상에서 보듯 성공적이었다. 지역내총생산(GRDP)가 62.5% 증가하면서 전국 대비 경제 비중이 21.8% 높아졌다. 무역수지 904%, 제조업체 수가 50% 늘고 오송역 이용객이 4천983% 급증하면서 국내 경제를 견인하는 위상을 갖게 됐다.

인구는 5.8% 늘면서 164만을 넘어섰다. 최근 세종시 인구의 청주 유입이 청주에서 세종으로의 유출보다 많아졌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기준 귀농·귀촌인통계'에 따르면 타 시·도(동 지역)에서 충북도(읍·면 지역)로 유입한 귀농·귀촌 가구는 66.5%로 전국 평균 55.2%보다 1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학기술 기반의 지역 역량을 점검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충북의 미래 10년을 설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충북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2019년 지역과학기술혁신 역량평가(R-COSTII)'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13위에 그쳤다. 2015년 16위에서 높아지긴 했으나 그 이후 줄곧 10위권에 머물렀다.

이번 평가에는 자원, 활동, 네트워크, 환경, 성과 등 5개 부문, 13개 항목, 31개 지표가 사용되었는데, 13개 항목 중에서 환경 부문의 '지원제도'(2위)는 매우 우수한 반면 '산학연 협력'(15위)과 '지식 창출'(16위) 등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산은 새로운 혁신 창출의 기회를 주고 있다. 예측되는 환경변화를 토대로 SWOT 분석(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요인)을 통해 충북과학기술정책 방향을 재정립해야 할 때다. 우선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과감한 도전이 요구된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지역주도 과학기술정책 수립으로 미래 투자와 R&D 혁신 동력을 선점해나가야 한다. 또한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한다. 과학기술 중심의 지역적 위기관리 능력 함양,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재 육성시스템 설계 등이 필요하다.

최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확정은 충북이 과학기술혁신의 선도지역으로 도약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다. 지역과학기술진흥 및 산업혁신을 위해 중앙부처별로 분산된 R&D 사업을 지역 주도로 통합 관리·투자·평가하는 정책 도구 마련도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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