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되레 이와 무관한 상황까지도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의혹으로 포장돼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청주시만 따져봐도 지난 19일부터 나흘동안 총 7건의 유충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대부분 유충을 확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유충이 발견된 1곳도 수돗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날벌레인 나방파리의 유충으로 확인됐다. 수돗물 안전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가장 큰 까닭은 '카더라 통신'이다. 정수기나 화장실 등에서 유충과 유사한 물체가 나왔다며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기된 주장들 모두 수돗물 유충과는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이같은 내용이 커뮤니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인근 지역을 비롯해 많은 주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게 된다. 따라서 뒤따르는 행정당국의 사실확인은 뒷북에 그치면서 사태 진정에 별 도움이 안될 뿐이다. 결국 확인되지 않은 소식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면서 불신을 조장하는 셈이다.

수돗물 유충 사태는 비단 청주만의 일이 아니다. 실제 유충이 나온 인천처럼 유충이나 벌레가 발견된 경우가 조사대상 정수장 49곳중 7곳에 이른다. 물론 처리방식에 따라 무관한 곳이 훨씬 많지만 일부나마 관리소홀로 인한 발생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전국이 수돗물 유충 공포에 휩싸인 형국이다. 전남 영광에서는 아파트 화장실의 지렁이를 오인해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는 수돗물에서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여러 세대의 주장이 나와 관계당국이 확인에 들어갔다.

이러한 수돗물 유충과는 별도로 올들어서 농작물 해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충북 북부를 중심으로 이미 토착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과수화상병은 차치하더라도 신종 해충 등으로 인한 피해는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미국선녀벌레, 꽃나방, 매미나방, 미국 흰불나방 등에 의한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수확철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열대거세미나방이라는 외래 해충이 제주를 시작으로 경남, 전남, 충북을 거쳐 강원도 정선에서도 발견됐다.

유충을 비롯한 수돗물 안전성 논란의 밑바탕에는 지난 겨울 이상고온이 자리잡고 있다. 농작물 해충은 보다 직접적이다. 이는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안전이 관련되다 보니 사실확인 등 사태 진정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불신이 팽배해진다. 기상이변이 불러온 또다른 위기다. 이같은 불안과 불신,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이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코로나를 통해 확인됐듯이 불안을 잠재우는데는 믿음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또 다른 믿음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