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창선 수필가

TV뉴스를 보다 문득 아주 오래전 일이 생각났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착하디 착한 아내가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낯선 여자분과 말다툼을 하는 것을 우연히 길을 가다 목격하고는 말릴 요량으로 가까이 닦아가서 다투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참을 듣다 보니 집사람이 무언가를 오해한듯하였다. 난 집사람에게 '당신이 잘못 생각하고 오해한 것 같다, 그러니 별일도 아닌 것 같고 하니 당신이 사과하고 끝내라'고 했다. 나에 말을 듣고 있든 아내는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아무런 말도 없이 휑하니 그 자릴 떠나버렸다.

난 상대방 여성에게 아내 대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집으로 귀가했을 때 나의 아내는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화가 난 이유를 묻자 당신이 나에 남편 맞느냐면서 남편이라면 아무리 자신이 잘못했다 해도 무조건 자신에 편을 들어주어야 마땅하지, 왜 자신에 일방적인 잘못인양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했느냐는 것이었다. 얼핏 들어보니 아내의 말에도 일 리가 있는 듯하고 집사람에 기분도 풀어줄 겸 '내 생각이 짧았노라' 이야기 하고 넘어간 적이 있지만 나의 아내는 그때에 서운 함을 다 씻어내지 못했는지 가끔씩 그날에 이야기를 입에 담고는 한다.

과연 그때 내가 아내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을까? 요즈음 우리 사회에 극단적인 좌우 진영의 행태와 논리들을 보면서 지금 그때 그 일을 다시 되돌아보고 생각해 보지만 지금도 난 나에 생각과 나에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편은 무조건 옳고 정당하며 그럴 수 있다고 관대한 생각을 가지면서도 내편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은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이해하지 못하고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는 극히 편협한 사고와 극단적 내 편 네 편 가르기 식 그리고 아니면 말고식에 사고방식은 과연 올바른 사고일까.

요즈음 한 사람에 죽음을 놓고도 좌우 진영으로 나누어지고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서서 옳고 그름을 따지며 욕설이 난무하는 모습과 진실을 왜곡시키려는 행태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통탄스럽다. 이런 모습 하나를 보아도 이 사회가 정말 얼마나 깊은 병폐에 빠져 허우적거리나를 느끼게 하는 단면이다. 이렇게 모순된 진영 논리와 내로 남불에 극단적인 사고가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만연되었는지 모르지만 안따깝기 그지없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보통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옳고 그름을 알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진영논리에만 묻혀 도를 넘어 검은 것을 히 다하고 힌 것을 검다 하며 이성마저 잃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유창선 시인
유창선 수필가

정말 왜들 이럴까. 지금 우리 모두는 인간 본성마저 잃어버리고 하늘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부끄러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왜 이렇게 우리 사회가 이토록 피폐해졌을까? 급격한 경제 성장 속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 세계경제 12위 경재 대국에 살면서도 우리에 정신적 문화는 되려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모두 반성하며 뒤돌아볼 때가 아닐까? 우리 이제부터라도 이성을 되찾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멋진 세상,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는 세상을 한번 만들어 갈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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