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걸개 공주소리꾼

우리나라의 역사에는 언제 말해도 부끄럽고 아픈 몇 가지 사건들이 있다.

조선조에 있었던 당파 싸움이나 강한 나라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대주의, 그리고 역사 이래 수없이 반복된 이 민족의 크고 작은 침입과 그에 따른 전쟁의 역사 등이다.

그 중에서도 대륙과 연결된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중국과 몽고 내륙에서 수많은 국가들이 생성과 쇠락의 과정이 반복되는데, 이런 현실에서 발생된 <강한 자에게 굴욕적으로 의지하는 사대주의>는 오천년 한민족의 역사에 있어서 떼어 내려 해도 뗄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이었다.

이에 대한 평가 역시 생존의 방법에 하나이니 용인해야 한다는 부분도 있지만 '비굴함의 역사'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한민족의 뿌리라는 면에서 생각할 때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맹목적인 사대주의에 대한 경계는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의 청소년 문화를 살펴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현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청소년기의 왕성한 혈기에서 비롯되는 치기어린 행동들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과 인터넷의 폭발적인 증가로 게임과 채팅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의 행동 따위는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부분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가치관리 형성되는 과정에서 상식과 지식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것들이며 어느 시대나 청소년들의 치기 어린 행동들을 우려하는 기성세대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기성세대는 알아들을 수 없는 기이한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들 까지도 이러한 문화에 맹목적으로 몰입되어 자기 형성에 오류가 될 정도가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문화적인 면에서 자기도 모르게 사대적 사고를 키우는 현상은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영어에 대한 맹신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국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세계화>를 부르짖었다.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면에서 세계화를 이루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더구나 이제는 우리 국토의 일부분에서 영어 공통 언어로 사용하자는 망발을 서슴없이 떠들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열병이 되어 번지는 영어 조기 교육은 참으로 허망한 교육의 사치다. 보통의 국민 90% 이상이 평생 한번도 영문 편지를 쓰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세상이 국제화 된다하여도 무역업이나 여행사 현지 가이드가 아니라면 영어를 생활 용어로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문화 중 대표적인 것들은 많은 부분이 영어 때문에 파생되는 기형의 것들이 많다.

한국어로 노래하는데 장년층의 귀로는 알아듣기 힘든 힙합이나 랩 등은 우리 말이 분명한 노랫말을 영어의 화법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청소년들도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하다가, 이를 알지 못하면 유행에서 뒤떨어지는 것 같아 반복적으로 훈련하게 되었고 이제는 그런 노래가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형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청소년 간에 이야기를 하면서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유식한 행동인 것처럼 생활하는데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가 하면 심지어 가정에서 영어로 생활하는 것이 부모로써 자랑거리가 되어있는 한심한 모습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의식주의 서구화 보다 무서운 것이 문화적인 사대주의다.

더구나 청소년들은 이러한 맹목적인 추종이 '사대주의'의 위험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단순한 유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이를 부모라는 사람들이 부추기고 있어 더 두렵다는 말이다.

말과 문화에 관한 한 우리는 필리핀의 사례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이걸개 공주소리꾼
이걸개 공주소리꾼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가 부러워하던 필리핀의 지도자들이 미국만큼 잘살아 보자고 언어를 영어로 바꾸고 나서 어떤 길을 걸어 왔는가?

이제는 미국의 종주국이 되어 버린 꼴인데 부자는 고사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 한국으로 딸을 시집보내는 나라가 되어 있지 않은가?

밥을 굶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정신문화와 언어를 잃으면 비루하다 못해 비참해진다.

앞으로 나라의 기둥이 될 청소년들에게 영어를 추종하는 현재의 모습은, 역사 속에서 중국이나 일본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사대주의 매국노들을 닮아가는 첫발이었다고 분명하게 경종을 울려 주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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