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충북미래기획센터장

인간이 먹고살기 위해 혹은 질병을 이기고 오래 생존해 나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각종 실험에 사용되는 가축과 동물들은 일일이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9년 실험동물 보호·복지 관련 실태조사' 결과, 해마다 사람들을 위해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실험동물 수가 무려 371만여 마리나 된다.

현재 국내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기관은 410개소로 매년 증가해 왔다. 유형별로는 일반기업체가 176개소(42.9%), 대학 126개소(30.7%), 국·공립기관 73개소(17.8%), 의료기관 35개소(8.5%) 등이다. 위원회 운영은 386개 기관에서 총 3만9천244건(기관당 101.7건)의 동물실험계획서가 심의됐고, 그중 238건(0.6%)만 미승인 되었다. 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지난 2010년 132.8만 마리에서 2014년 241,1만 마리, 2019년 371.2만 마리로 계속 늘어났다. 실험동물의 종류는 설치류가 86.9%로 가장 많고, 그다음 어류(6.3%), 조류(5.1%)이고, 기타 포유류, 토끼, 원숭이류, 파충류, 양서류 등이다. 동물실험 목적은 주로 법적 요구사항 만족을 위한 규제시험(39.6%), 기초연구(30.5%), 중개 및 응용연구(20.1%), 유전자변형질 동물생산(3.9%), 기타(3.9%), 종 보존 연구(1.6%) 등에 사용되었다. 이런 조사 결과의 발표이유는 하찮은 동물일지라도 생명을 존중해 향후 윤리적으로 동물실험이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에 동물보호법에서는 생명을 가진 동물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거나 실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동물실험 대체 방법 등을 찾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도 고령인구와 1인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증가(26.4%)하고,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확대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윤리의식과 책임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동물보호법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개정되어 8월 12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헌신한 봉사견(장애인보조견, 인명구조견, 경찰견, 군견, 마약 및 폭발물 탐지견 등)은 동물실험 금지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간에 빠진 철도경찰 탐지견도 포함하였고, 동물보호감시원의 직무 범위도 명확히 했다.

또한, 동물보호법 위반행위를 하는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하던 제도도 펫파라치 양산을 우려해 삭제하였다. 동물등록방식도 인식표는 쉽게 훼손되고 떨어질 소지가 있어 제외하고, 내·외장 무선식별장치로 등록토록 했다. 동물장묘화장로도 3개로 제한하다 반려동물 증가와 장묘시설 부족에 대응해 개수 제한을 폐지하였다. 또한, 올해 인구주택총조사 때에는 반려동물 전수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처럼 동물은 인간을 위한 식용으로 혹은 실험동물로 생명이 희생되고 있으나 인간은 함께 생활하며 기르던 반려동물마저 내다 버리는 비윤리적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충북도 해마다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증가해 지난해만 4천 마리나 되고, 금년 상반기에만 2천100 마리이다. 이 중 30%는 안락사를 당하고 있다. 또 애써 기르다 전염병에 걸린 살아 있는 동물을 한꺼번에 메몰하기도 한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반면, 인간을 위해 희생하다 죽임을 당하는 실험동물과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와 생명존중 의식은 점점 박약해지고 있다. 과거 도살장이나 가축연구소 등에는 미물이라도 생명의 소중함을 존중해 축령비(畜靈碑)를 세우고, 희생된 동물을 위로하던 순수한 인간적 윤리성을 보여왔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이러한 생명존중 의식과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가 희박해지면서 종종 살아 있는 생명을 거리낌 없이 죽이고, 귀찮으면 언제든 내다 버리는 인간의 이기적 잔인함이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을 위한 실험동물로, 가족처럼 외로움을 달래주는 반려동물로 희생과 행복감을 안겨준 동물에 대한 인간적 윤리성을 바로 세우고, 그 고마움에 최소한의 배려를 담아 나가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