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정책은 주민참여와 분권에 달렸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박정현 대덕구청장을 수식하는 말 중에는 유독 최초, 처음이라는 단어가 많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대전 첫 여성 기초단체장.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며 에너지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전국 처음으로 에너지 카페를 만들었다. 주민을 에너지 전환의 주체로 세우고, 대전에서 유일하게 12개 모든 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린뉴딜을 접목해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박정현 대덕구청장을 만났다.
#전국 최초 에너지카페
대덕구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전국적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대덕구 법동에 전국 최초의 에너지카페 1호점이 문을 열자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재생에너지 지역 확산을 지향하며 문을 연 '그리고, 브런치 카페'는 일종의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덕구, 한국에너지공단이 함께 조성한 공간에서 주민들은 에너지 조사와 체험을 하고 정책 기획과 개발까지 참여했다.
"에너지는 무거운 주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삶의 문제라고 생각을 안 해요. 무거운 주제의 에너지를 카페라는 가벼운 공간에서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취지였어요. 에너지 진단을 받고, 직접 생산도 하면서 에너지를 내 삶의 주제로 끌어내는 것이죠."
'생활공간 속 카페 형태의 에너지 플랫폼'은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기존 카페 운영 주는 고정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서, 대덕구는 큰 예산 들이지 않고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주민들은 카페에서 에너지 체험을 하며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일석삼조였다.
#에너지 전환 주체는 주민
올해 5월에는 에너지카페 2호점 '달그락'이 오정동에서 문을 열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직접 생산한 전기 에너지로 주스를 갈아 마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사업과 연계한 달그락엔 넷제로 대덕지킴이 12명이 고용돼 활동하고 있다.
미호동에도 에너지카페 3호점이 곧 문을 연다. 기후도서관, 에너지 전환 생태마을, 생태관광을 아우르는 기후생태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되는 카페의 이름은 가칭 '태양지공 도서관'이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에너지가 삶의 문제가 될 수 있도록 동네마다 에너지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덕구는 그동안 에너지 카페를 통해 에너지 활동가 학교를 열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민·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주민 주도로 에너지 자원을 조사했다.
재생에너지 투어 사례를 개발했고, 에너지 소외계층인 아파트 경비원을 위해 경비실에 미니태양광을 시범 보급하기도 했다.
박정현 구청장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제는 시민들도 '오염 물질을 내뿜는 화학발전, 위험한 원자력 대신 깨끗하고 안전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앞장서야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에너지과학과를 만들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대덕구의 의지는 조직개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정현 구청장은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후 변화 대응 전담부서인 에너지과학과를 신설했다.
규제와 감독 중심이었던 업무를 대폭 개선해 그린뉴딜을 접목한 에너지 전환정책의 핵심 부서로 만든 것이다. 박정현 구청장은 그린뉴딜에 방점을 찍고 디지털뉴딜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뉴딜을 정치적 소명으로 삼고 있어요.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탈탄소사회를 만드는 것, 대덕구청사가 이전하는 연축동을 에너지자립생태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대덕구엔 대전에서 가장 큰 산업단지가 몰려 있다. 박정현 구청장은 대전지역 미세먼지 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덕구가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상승했어요.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인류와 생명체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게 됩니다. 코로나19는 지구가 보내는 경고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욕망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었고,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이라도 지구 온도 낮추기에 동참해야 합니다."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박정현 구청장은 전국 광역시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율이 가장 낮은 대전시와 대전의 자치구들이 지방정부협의회 활동에 함께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복 일구는 생태환경 도시
임기 3년차, 박정현 구청장은 올해 추진할 핵심 정책으로 행복,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후위기 대응을 꼽았다.
중앙집권적 에너지 정책을 분산형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 에너지 전환은 주민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덕구는 에너지 자치와 분권 실현을 위해 올해 지역에너지 행정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발전과 경쟁 중심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지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대덕구는 지난해 대덕구의회와 함께 대전 최초로 '주민행복 증진 조례'를 제정했다.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역문제를 해결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선순환경제를 만들어가는 중심에 사회적경제가 있습니다. 당면한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하고, 산업단지와 연결된 마을기업을 만들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박정현 구청장은 대덕구의 핵심 정책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대전에서 유일하게 주민자치회를 12개 모든 동에서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적경제 활성화,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는 21세기의 총체적 변화와 전환을 불러온 중대 사건이었다. 박정현 구청장은 전향적 전환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생태계와의 협업, 그린뉴딜을 통해 평등 사회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망은 밝다. 20년 넘게 시민운동가와 환경운동가로 살아온 박 청장은 "행동을 시작하면 희망은 어디에나 있다"며 "지금은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정현 구청장은= 대전YMCA, 대전충남녹색연합에서 24년 동안 시민운동가와 환경운동가로 일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대전시의회에 입성했다. 이후 재선에 성공,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덕구청장에 당선되며 대전 최초의 여성단체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