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시스템 공조기록 없어… 조직적 개입 정황 포착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속보=충북경찰청이 불법으로 취득한 위치정보를 수사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엄연한 위법 행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이다. 더욱이 뒤탈을 막기 위해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5월 8일 6면, 7월 17일 3면>

지난 4월 16일 청주상당경찰서 분평지구대 소속 A경감은 112에 허위신고를 했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받던 피의자 B씨가 도망치자 위치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 자살 의심 신고로 위장했다. 경찰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불법으로 위치정보를 파악한 A경감은 B씨가 청주권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서야 조사 도중에 피의자가 도주했다는 '도주관리 상황보고'를 했다.

충북경찰청은 A경감의 상황보고로 자살 의심으로 신고된 B씨가 도주 피의자임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충북경찰청은 적극적으로 불법 위치정보를 활용, 도주 피의자 검거에 나섰다. 범인을 놓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한 미봉책이었다.

충북경찰청은 불법 위치정보를 통해 경북경찰청에 공조수사 요청을 했다. 결국 B씨는 도주 2시간여 만에 칠곡물류IC 앞에서 고속도로순찰대 제3지구대(이하 고순대)에 다시 붙잡혔다.

B씨에 대한 위치정보는 '자살의심 신고'로 취득한 정보다. 그런데도 충북경찰청은 범인을 잡는데 버젓이 이 정보를 활용했다.

'112로 신고 접수된 사안은 단일사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경찰 내부 규정을 어긴 것이다. '긴급구조 목적 외에는 긴급위치정보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위치정보보호에 관한 법률도 위반했다.

충북경찰청은 112상황시스템에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충북경찰청이 관리하는 시스템에는 B씨 검거 관련 공조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경북경찰청 112상황실과 고순대 지령실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공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문서는 B씨를 검거한 고순대 대원이 작성한 검거보고서다.

이 문서에는 충북경찰청 공조 요청으로 '현행범 조사 중 도주한 피의자가 경부고속도로 하행 방향으로 이동 중'과 '도주 차량의 차량번호'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충북경찰청이 '자살의심 신고'로 접수된 사건을 피의자 도주사건으로 바꿔 대응하면서 생긴 결과로 풀이된다.

충북경찰청 상급기관인 경찰청 관계자는 "112로 신고 접수된 내용은 절대 다른 사건에 활용될 수 없다"며 "자살 위험자 신고로 긴급위치정보가 경찰에 제공됐다면, 타 청 공조도 자살 위험자 구조로 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급위치정보의 활용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내부 내용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앞서 충북경찰청은 이 사안에 대해 A경감 개인의 일탈이라고 결론 내렸다. 감찰과정에서도 112상황실 기록 누락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A경감은 '견책'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충북경찰청의 위법적인 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사건에 개입한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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