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장맛비에 '뚝'… 당도까지 떨어져 농민들 '시름'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강대우씨의 밭에 복숭아가 수북이 떨어졌다. / 옥천군 제공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강대우씨의 밭에 복숭아가 수북이 떨어졌다. / 옥천군 제공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15년째 복숭아를 자식처럼 키웠는데, 장맛비에 낙과가 많아진 데다가 당도까지 떨어지니 누가 사가겠느냐"며 "며칠 더 비가 이어지면 올해 농사를 망칠 판입니다."

옥천군 서대1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김흥식(60)씨는 밭에 떨어진 복숭아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 4월 저온 피해를 입은데 이어 하루가 멀다고 내리는 궂은 장맛비로 수확을 앞둔 복숭아 꼭지가 물러져 떨어지거나 썩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밭에는 햇빛을 고루받아 과일 색이 고와지도록 깔아놓은 은박지 위로 잘 익은 복숭아가 수북이 떨어졌다.

김씨는 "수확철 복숭아는 원래 과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2∼3%에 불과한 낙과율이 올해는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강대우(58)씨도 "냉해와 긴 장마가 겹치면서 착과가 불량한 복숭아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4월 5∼6일과 22∼24일 옥천 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5도까지 떨어지면서 복숭아 꽃눈이 말라 죽는 냉해를 입은 복숭아밭이 55.9㏊나 된다.

업친데 덮친 겪으로 지난달 하순부터 장마가 시작돼 무려 20일 동안 비가 내려 총 강우량은 420㎜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낙과 피해와 함께 복숭아 맛을 좌우하는 당도마져 떨어져 평소 13~15브릭스를 유지하던 복숭아의 당도가 긴 장마로 10브릭스로 떨어졌다.

군 관계자는 "복숭아가 비바람을 견디지 못해 떨어지기도 하지만, 비가 많이 내려 대기 습도가 높아지고 일조량이 적어지면 영양분이 나무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과실 꼭지가 약해져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수확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런 환경이면 평년보다 20∼30% 정도의 수확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영동군도 지난 6월부터 490mm의 강우량을 기록하면서 복숭아 낙과 피해를 입었다.

영동군 양강면 김흥룡씨 복숭아 밭도 이번 장맛비로 출하를 앞둔 복숭아가 떨어져 수확 차질을 빚고 있다.

영동군 양강면 김흥룡씨 밭에 장맛비로 복숭아가 떨어져 있다. / 영동군 제공
영동군 양강면 김흥룡씨 밭에 장맛비로 복숭아가 떨어져 있다. / 영동군 제공

영동군기술센터 관계자는 "조생종의 경우 낙과가 발생하지만 긴 장마와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이 약해지면서 낙과가 발생했다"면서 "복숭아 가격은 예년과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8월들어 출하량이 많아지면 다소 떨어지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옥천지역 복숭아 가격도 일부 품종을 제외하고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복숭아 10개들이 상품 소비자 가격은 이달 초 평균 1만8천500원이었으나 장마가 이어지면서 27일 현재 1만7천140원으로 하락했다.

비가 그치더라도 고온다습한 환경때문에 껍질에 갈색의 작은 반점이 형성되면서 복숭아가 썩어들어가는 탄저병 발생이 늘어날 수 있어 복숭아 재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낙과 피해를 줄이려면 배수로를 잘 만들어 빗물을 제때 빼야 하고 탄저병을 막으려면 비가 내리기 전후 약제를 살포해야 한다"며 "올해는 이상기후로 이중고를 겪는 농가들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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