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개체수 폭증… 서식지, 아파트단지와 불과 30m 거리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아파트 단지 앞에 조성된 백로 군락지 모습. /신동빈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아파트 단지 앞에 조성된 백로 서식지 모습.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끼엑끼엑~ 쉬익쉬익~ 끄윽끄윽~." 

기괴한 백로 울음소리는 지상 25층 높이의 아파트 꼭대기까지 또렷하게 들려왔다. 뜻하지 않게 '백로와의 동침'을 하게 된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숲에는 1천여마리의 백로가 둥지를 틀고 여름을 나고 있었다. 백로가 떼를 지어 우는 소리는 '소음'으로 느끼기 충분했다. 분변과 사체에서 풍기는 악취는 코를 찔렀다.

이곳 백로가 문제가 된 것은 올해 4월부터다. 1년 사이 개체수가 폭증하면서 주민들의 생활에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2018년 송절동의 한 아파트에 입주한 A(37)씨는 "작년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군락을 이뤄 문제될 것이 없었는데, 올해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길 건너편 숲까지 영역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단지와 백로 서식지의 거리는 30m 남짓이다. 그는 이어 "밤에도 백로들이 울음소리를 멈추지 않아 문을 열고는 잠을 청할 수 없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B(45)씨는 악취 문제를 지적했다.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아파트 단지 앞에 조성된 백로 군락지(빨간색 표시) 모습. /신동빈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아파트 단지 앞에 조성된 백로 서식지지(빨간색 표시) 모습. /신동빈

B씨는 "지금은 장마로 덜하지만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사체 냄새와 분변 냄새가 진동을 한다"며 "아이들이 이곳을 지날 때 코를 막고 뛰어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백로 서식지 앞 인도는 인근 초·중학교 통학로로 쓰이는 길이다.

백로 서식지에서 가까운 내곡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와 서식지 간 거리가 있어 소음·악취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교내에서 분변이 떨어져 있거나 새털이 날리는 것은 종종 목격된다"며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면서 송절동 주민들은 청주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청주시청에 접수된 백로 관련 민원은 10여건이다. 주요내용은 소음과 악취, 깃털날림 등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분변·사체 수거를 위한 정비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주민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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