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김장문화 체험. /필자 제공
학생들의 김장문화 체험. /필자 제공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점심 급식시간.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의 손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운을 입고 위생모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사무실에서 나와 식당으로 향해 위생장갑을 끼면 급식의 첫 단계인 수저와 식판 배식의 준비가 완료된다.

병아리 같이 귀여운 모습의 6명의 유치원 아이들이 손소독을 마치고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나타나 "행복하세요"하는 귀여운 모습과 함께 오늘의 행복한 급식 시간의 시작을 알린다. 5분 간격으로 1학년, 2학년, 5학년, 6학년 순으로 배식이 이뤄지고 나면 10분 간의 식탁과 가림막의 소독시간, 항균 물티슈를 들고 아이들이 먹고 나간 식탁과 가림막을 닦는다.

그새 4학년 선생님이 살며시 다가와 "선생님~ 오늘 저희 반 아이 어머님께 출근 시간에 전화가 왔어요. 점심시간에 OO은 먹기 싫은데 영양 선생님이 이것저것 다 먹으라고 해서 부담스럽고 싫어서 전학을 시켜달라고 한다"고 하는 민원의 전화였다는 말씀을 하셨다.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양교사로서의 나는 지금까지 늘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에게 그날의 식판에 받아 온음식은 다 먹을 수 있도록 지도를해왔다. 우리 한국인이면 계절마다 나오는 제철 채소의 맛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믿고 있었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아이들 식습관은 나의 몫이며 잘못된 식습관 개선의 책임도 또한 나에게 있다고 믿고 실천을 하고 있었다.

그리해 늘 점심 급식시간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한 아이가 남아서 먹고 있으면 그 한 아이가 급식실을 나갈 때까지 함께 하려 노력을 했다. 또한 안 먹는 음식이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맛볼 수 있도록 지도를 해왔다. 또한 지금까지 이번과 같은 민원은 한 번도 없었기에 더욱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담임 선생님께는 "제가 오후에 아이 어머님과 통화를 해 보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남은 3학년과 4학년의 급식을 마쳤다.

한숨을 돌리고 난 후 아이의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학교급식의 목적과 먹어 보지 않은 식 재료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씩 친근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설명을 하니 끝까지 듣고 계시던 어머님께서는 완강한 어조로 "집에서는 그렇게 교육을 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 억지로 먹으라 말하지 마세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어머님의 생각을 존중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OO이의 식습관을 올 한 해 천천히 개선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네~ 어머니, 아이에게 다 먹으라 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두는 걸 어머님이 원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전화 통화는 끝이 났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작년까지 큰 학교에서 조리해서 이동 급식을 하던 학교이다. 작년 하반기에 조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올 초에 조리 기구 등 필요한 기구들을 준비해 급식 조리시설을 온전히 갖춘 학교이다.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에서 5월 27일 전교생 등교수업을 함과 동시에 처음으로 조리하여 급식을 제공했다. 작년까지는 아이들의 식습관에 대해 신경을 쓰고 지도해 줄 영양교사가 없었으니 나의 방식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음이다.

조현아 진천 문상초 교사
조현아 진천 문상초 교사

코로나19로 우리나라 먹거리의 우수함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통음식과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과 올바른 식습관 교육이 꼭 필요하며, 이 일은 우리 영양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의무감도 다시 느꼈다. 이번 일은 식생활과 영양 교육 또한 가정과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해 함께 할 때 효과를 볼 수 있음을 더욱 크게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선생님~ 오늘은 오이도 먹어 볼게요"하는 아이의 밝은 목소리에 "그래~ 급하게 가지 말고 천천히 한 걸음씩 가 보는 거야"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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