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한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제기되자마자 관련 논의가 그야말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며칠사이에 정치권은 물론 지역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따로 없다. 앞서기 위한 선제적 주장도 있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뛰어든 곁다리도 있다. 찬성이 대부분이지만 반대의견을 내비쳤다가 슬그머니 발을 빼는 이들도 있다. 어찌됐든 대세는 행정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눈치보기도 있지만 정당들도 흐름을 같이 하고 있고, 여론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논의의 과정이 순탄치않아 보인다. 같은 문제를 놓고도 바라보는 시각들이 제각각이기 때문인데 대표적인 것이 개헌(改憲)과의 연계다. 일부는 반드시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 상황의 단초가 된 '행정수도 완성' 주장을 국면전환용으로 보는 야당 일각과 여당 지도부가 공히 개헌을 주장하기도 한다. 서로의 속내가 다르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음에도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물론 개헌은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실제 통과 가능성이 불확실한 개헌을 대신해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법률을 여야합의로 추진할 수도 있다. 아니면 국민투표로 단숨에 정리하는 방안도 존재한다.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추진 여건이 좋은 만큼 이를 분명하게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수도를 넘어 권력구조 등 더 큰 블랙홀이 될 수 있는 개헌을 통한 추진의 위험성을 말하는 것이다. 논의를 위해 필요한 시간 문제도 고려해야만 한다.

이같은 방법론에 대한 조정에 앞서 논의의 장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우선이다. 여당 따로, 야당 따로, 충청권 따로인데다가 야당은 당의 입장도 못 정했다. 말만 풍성한 지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전 추진은 안갯속에 빠지게 된다. 실행과 실천이 담보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 일이라면 국회가 제격이다. 어차피 그곳에서 매듭을 지어야 확실해진다. 등떠밀렸어도 결정과정을 함께 한다면 뒷말을 할 수 없게 된다. 논의에 못지않게 추진이 중요한 국가대사라면 이런 절차를 꼭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어느정도의 몫을 가지느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핵심은 행정수도 완성을 통해 수도권 초집중화를 막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진 균형발전의 기틀을 다져야만 한다. 이런 명제를 지금 우리손으로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충청권 이외의 비수도권과 함께 하기 위해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일정 부분 역할을 맡아야 한다. 불합리가 곪아 터진 수도권의 살 길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야 한다. 명분과 당위성을 더 공고히 하는 이런 일들이 공론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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