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창림 천안주재

천안시 성정동은 각종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는 모텔촌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후에는 성매매 밀집지역, 사행성 게임장의 온상이라는 닉네임이 뒤따랐다.

2006년 성매매, 사행성 게임장과의 전쟁을 연이어 선포한 당시 천안경찰서가 성매매 특별법위반으로 42명을 형사 입건하고, 청소년 상대·무허가 등 사행성 게임장도 1천58건을 단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단속 의지와는 달리 인근 지역에 화상경마장, 화상경륜장이 연이어 조성되면서 성정동은 도박과는 뗄수 없는 지역이 됐다.

2020년 성정동은 불법 카지노의 성지(?)가 됐다. 미성년자 출입, 칩의 현금 환전 등 각종 제보가 뒤따르고 있다. 심지어 조폭 연루설도 심심치 않게 감지되고 있다. 미성년자 출입은 불법 카지노가 얼마나 성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체감 속도는 그야말로 거북이다. 주류·유흥업계에서는 불법 카지노의 매출이 경찰의 단속 후 더 늘고 있다며 경찰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다.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테이블에 둘러 앉아 말을 주고받으며 게임을 하는 불법 카지노는 코로나19 전파 가능성도 높다. 다중집합시설에 포함되지 않다보니 QR코드 관리도 되지 않고 있다. 스스로 불법을 알고 있는 이용자들의 특성상 확진자 동선에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누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천안서북경찰서는 단속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증거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건물주와 불법 카지노 경험자 등을 상대로 정황 파악은 마쳤지만 입건에 필요한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설명이 반복되고 있다.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인지, 증거 확보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어찌됐든 수사가 미진한 사이 천안 중심의 성정동은 불법 도박의 각종 폐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