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요양병원에 입원한 백수(白壽)의 증조할머니로부터 증손자가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주말에 면회를 신청했다. 병원에 도착해 입구에서 발열측정을 한 후 마스크를 쓰고 소독을 하고서 장갑을 끼고 유리창으로 가려졌지만 햇살이 잘 드는 별실 면회장으로 안내를 받았다.

손을 잡을 수는 없지만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들을 수 있어서 인사를 한다. 할머니는 증손자의 재롱인사를 받으면서 밝게 웃는다. 그렇게 밝은 모습은 오랜만이기도 하지만 입원 후 처음인 것 같다. 백년을 살면서 가족들에게 보여준 가장 행복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철부지 손자가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하고 꼭 닮았다. 유전자를 속일 수 없음일까?

그런 할머니의 해맑은 얼굴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할머니의 도우미는 손자의 재롱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준비해 간 수박을 손자와 마주하고 먹는 모습과 좋아하는 화채를 즐기는 모습도 놓치지 않았고, 가족들을 향한 하트 몸짓인사도 잘 담았다. 창속의 할머니를 중심에 자리 잡고 가족사진도 잘 꾸몄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손자가 헤어지기 싫다고 울면서 몸부림을 치니 할머니의 눈물샘에서 울컥 솟아난 이슬방울이 햇빛을 보고 반짝인다. 그래도 미소로 손자를 달래보지만 그칠 줄을 모른다. 어떤 말을 해도, 무엇을 쥐어줘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손자는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자는 말에 울음을 그친다. 차를 타고 방을 찾는다며 병원 주변을 몇 바퀴 돌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나올 수 있었다.

그것이 생전 할머니의 마지막 밝은 모습이었다. 끈질긴 폐렴이 손을 놓아주지 않았단다. 병원에서 촬영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그 가족사진을 영정으로 했다.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아주 편안히 떠나셨다. 남은 식구들 화목하게 잘 살아달라는 당부말씀을 전한 그 마지막 사진 한 장을 유언으로 남겼다. 백수연(百壽宴)를 보름 남짓 앞두고서 가족들의 부담 덜어주려고 명도(冥途) 길라잡이의 손을 잡고 천생연분 만나러 먼 길을 떠났다.

거기엔 코로나도 폐렴도 숨 막히는 미세먼지도 없을 테니 할아버지 만나거든 새 보금자리 꾸며 행복하게 잘 사시라며 생전의 흔적들을 연기에 실어 올려 보냈다. 그날도 손자는 사진 속의 할머니를 보러 가자며 보채고 있었다.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첨단의학도 별종 맞은 코비드(Covid)19의 변종출현 루트를 몰라 전전긍긍하는데 1천200만의 확진환자에 60만의 사망자를 굽어보면서도 세상 인총이 너무 많아 살생다툼 끝이 없다고 하늘은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70억의 지혜 발동을 촉구하고 있다.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 으스대면서도 이런 것엔 속수무책이니 진노할 만도 했을 것이다.

하늘이 아무리 무심(無心)해도 일당 천만을 능가하는 목숨을 비록 일회용이라서 한 번 밖에 쓸 수 없다고는 하지만 질주하는 코로나의 비말이 튀었다고 분별없이 덩어리로 묶어서 휘익 날려버리기엔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나 말고 내가 믿을 것이 그리도 없던가? 내 몸과 마음 지킬 이 나 말고 정말로 없던가? 삶의 지혜 익혔으니 이젠 누구 탓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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