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오랜만에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있는 화담(和談)숲을 갔다. 이 수목원은 LG 상록재단이 자연환경 보호와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고(故) 구본무 회장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숲은 많은 사람이 식물의 생태적 연구와 보전, 생태체험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한 수목원이다.

화담숲은 7년 전 개원하였으며 17개의 테마원과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식물 4천여 종을 수집하여 약 5만 평에 전시하고 있다. 이 숲은 생태수목원이라는 명칭 그대로 자연의 지형과 식생을 최대한 보존하여 만들어졌다. 그리고 산책로는 계단 대신 경사도가 낮은 데크 길로 조성하고, 모노레일 덕분에 노약자도 숲을 조망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며, 형형색색의 계절 꽃들과 조화를 이룬 이곳 숲의 하천에는 다슬기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도롱뇽이 알을 낳고, 호수에서 토종 민물 거북 남생이가 놀고 있었다. 천천히 걷다가 산기슭에 솔이끼, 돌솔 이끼를 만났다. 습도, 경사, 햇빛 등 까다로운 생장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화담숲 나들이를 마치고 곤지암리조트에 갔다. 이 곳은 북미 스타일의 이국적이고 단지를 관통하는 생태하천, 경기도 최대 규모의 스키장과 국내 최초 데스티네이션 스파 등 특급호텔을 능가했다. 특히 리조트 내 생태하천은 천연 지형을 최대한 살려 폭포와 냇가, 저수지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조성했다. 그리고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입장객 제한으로 숙박자들의 안전을 도모하여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일행들과 음성군 생극면에 있는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을 갔다. 이곳은 필자가 교직에 근무할 때 가끔 간 곳이라 반가웠다. 조각공원에는 존경하고 싶은 김구, 삼국·고려·조선시대를 이끌어온 위인들, 독립운동가, 근대사를 이끌어온 인물, 한국의 대통령들, 예수의 제자들과 종교인들, 세계적인 위인들, 세계여성 지도자들, 연예인 등 다양한 분들을 모셨다. 그런데 조각품 중 위인들 얼굴을 잘못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인지 조각품 설명서가 깔끔하지 못하고, 빛이 바래서 아쉬웠다.

교직 퇴임 후, 요즘 마을학교에서 한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다보니 조각공원 방문은 국내와 해외 역사를 다시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역사란 오늘의 우리 모습을 비춰주고, 내일의 삶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거울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 공원은 인물 세계사를 이해하도록 노력한 점이 느껴진다.

곤지암 화담숲과 음성 큰바위 얼굴 조각공원으로 문화여행을 하면서 생각난 것이 있었다. 화담숲은 자연을 살리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친 일상의 피로를 말끔히 씻고 재충전 할 수 있는 숲이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그리고 조각공원은 한국사와 세계역사를 교실이나 책으로 습득하기보다 현장에서 보면서 체험하도록 했다. 요즘 모두가 코로나에 지쳤는데 가족과 연인, 그리고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숲과 자연을 산책하면 좋겠다. 또한 조각공원에서 역사를 생생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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