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코로나 여파 경기 악화 우려…일자리 생성 등 전략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국비 생각'에 국회·정부부처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한범덕 청주시장의 행보가 '이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여름휴가 일정을 잡은 한 시장은 28일 국회를 시작으로 30일 국토부·행안부·과기부, 마지막 날엔 문화재청으로 이어지는 사실상 내년도 '국비 청원' 휴가를 보냈다.

지역구에 정부 지원금을 최대한 많이 가져오는 정치인을 일등공신으로 여기는 만큼 한 시장의 국비 로비는 당연한 듯 보이지만, 세심 있게 보면 나름대로 전략에 기반한 행동이다.

국책사업이 아닌 이상 국비는 총사업비의 100%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지역 매칭이라는 배분방식을 적용해 적게는 3%, 많게는 45% 이상까지 해당 자치단체가 사업비를 책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총사업비 100억원짜리 사업이 국비 지원을 확정받았다면 해당 자치단체는 45억원 이상을 자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청주시의 올해 본예산 규모는 2조4천억대로 이 중 가장 많은 국비 매칭 사업은 복지 분야다. 청주시 일반회계의 43%가 복지사업에 쓰인다.

자체 재원 중 사실상 절반 가까이가 복지사업에 투입되면서 정작 자체사업, 즉 지방자치를 위한 재원은 부족한 상황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의 통계를 보면 청주시의 올해 일반회계예산 중 자체사업 비율은 27.9%로 도내 11개 시·군 중 두 번째로 낮다.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가늠하는 자체사업 비율도 저조한 상황에서 국비 확보에 전념하는 이유는 내년에도 이어질 코로나19 여파를 대비해서다.

어떠한 목적이든 지역에 많은 자금이 풀리면 일자리 생성 등 각종 연쇄반응이 일어나 위축된 지역 경기가 더 악화되지 않고 현상 유지는 할 수 있다고 한 시장은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여름휴가 기간 개인시간을 들여 국회·정부부처 문턱을 넘어다닌 것이다.

자체사업비를 비축해 놓고 여러 사업에 찔끔찔끔 분산 투자할 수도 있으나 이것보다 정부 예산과 합쳐 대규모로 사업을 추진하면 경제 파급 효과는 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가용재원은 줄어 자체사업은 미루거나 축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빚어질 경기 침체를 생각하면 이 같은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시장 입장에선 자신의 공약사업에 필요한 예산 확보도 빠듯한 상황에서 국비에 공을 들이면 정치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후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시정 철학을 완성할 시간이 내년 일년밖에 없는데 예산을 국비 매칭비로 써버리면 주민 숙원 해결로 생색낼 재원이 부족해 질 수 있어서다.

한 시장도 이를 어느 정도 고려하나 코로나 극복을 위한 사회 안정 인식이 더 커 국비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휴가기간 한 시장의 국비 지원 요청은 방사광가속기 구축, 음식물 자원화시설 신설, 율량지구 주차타워 조성, 특별교부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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