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가슴 아픈 사랑 노래를 불렀던 임방울의 '추억'이 담긴 음반.

이 노래를 처음 알게된 날, 반복해서 수십번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임방울이 1904년생이니 그가 소년이었던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전의 일.

눈을 감고 노래를 듣는 동안, 나는 이미 100여년전 그 곳으로 간다.

판소리계의 마지막 슈퍼스타였던 명창 임방울.

선생이 죽기 직전까지 즐겨 불렀다는 가슴 아픈 사랑노래 '추억'에 관해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임방울은 소년 시절 남의 집에서 고용살이를 했는데, 주인집에 동갑내기 산호주란 딸과 서로 좋아하게 됐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게 됐고, 산호주는 부잣집 아들에게 시집을 간 후 소식이 끊어졌는데, 이후 임방울이 '쑥대머리'로 일약 조선의 명창 반열에 오른 어느날, 둘은 운명처럼 연회장에서 만나게 된다.

이때 산호주는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광주로 돌아와 '송학원'이라는 요릿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어린시절 못다 이룬 사랑을 이루게 된다. 이후로 임방울은 2년 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송학원의 내실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전속계약을 한 레코드사는 임방울을 백방으로 찾았으나 종적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산호주는 미색이 빼어날 뿐 아니라 지극 정성으로 임방울을 대접했고, 천하의 소리꾼 임방울은 2년 동안이나 그곳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임방울의 목이 상하여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됐다. 크게 낙심한 임방울은 산호주에게 떠난다는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홀연히 지리산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일 이후, 산호주는 시름 시름 앓기 시작했고, 임방울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온 지리산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고 한다.

토굴 속에서 홀로 소리공부에 매진하고 있던 임방울은 그런 소식을 듣고도 애써 외면하고 산호주를 만나지 않았다.

산호주는 서서히 삶의 끈을 놓게 됐고, "이러다 사람 죽겠다"는 말에 임방울은 그제서야 토굴을 나와 산호주를 찾아가게 된다.

이상조
뮤직스토리텔러 이상조

하지만 한발 늦어 이미 세상을 떠난 산호주를 마주하게 되고, 죽은 그녀를 안고 슬피 울며 진양조의 '추억'이라는 노래를 즉석에서 불렀다고 한다.

1961년 임방울 명창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자주 불렀다는 노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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