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체육회 관계자들이 천안지역 수해 피해상황이 절정이 이르던 시간 고사를 지내고 있다. 독자제공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천안시체육회(회장 한남교)가 집중호우로 천안지역 피해상황이 절정에 이르던 지난 3일 오후 5시 고사(告祀)를 지내 빈축을 사고 있다.

천안지역은 지난 3일 최대 3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도시 곳곳의 기능이 마비됐다. 위기 징후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도심 곳곳의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며 나타났다. 오후부터는 도심 주요 하천이 범람 위기에 놓이며 성환읍, 병천면, 수신면, 풍세면, 성정1동, 봉명동, 원성2동 등 7개 지역 주민들이 천안축구센터, 홍대용과학관, 관내 숙박시설 등으로 긴급대피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천안시체육회는 지난 29일부터 예고했던 체육회 사무국 리모델링 완료 및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고사를 강행했다.

천안시체육회는 고사를 위해 부회장 7명과 상임고문 3명, 이사 49명 등에게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상당수 임원진들은 각자의 생업현장에서 비 피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체육회 고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체육회가 예고했던 고사가 강행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한 A이사는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수해 상황에서 체육시설의 피해상황을 둘러보고 대책을 세워야할 체육회가 한가롭게 고사나 지내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천안시체육회는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고사에는 체육회 직원 및 일부 임원진 등 30여명이 참석했으며 고사 참석자 중 일부는 모처에서 회식까지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천안시체육회는 고사에 박상돈 시장의 참석도 요청했으나 박 시장은 수해상황 점검을 이유로 불참했다. 박 시장은 오후 2시부터 수해현장을 둘러본 후 5시 천안시청 복귀 후 상황실을 지휘한 후 8시30분 퇴근했다.

천안시체육회는 인사채용비리, 성희롱 사건, 회장 재선거 등으로 인한 각종 불명예로 얼룩져 있었던 상태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자 마련했던 고사가 역효과가 난 셈이다.

천안시체육회 관계자는 "체육회 직원들끼리 한 것이고 외부 초청은 거의 없었다"면서 "준비를 했던 것을 연기하기 번거로워서 고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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