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광규 충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이니 컴퓨팅 사고력이니 하는 말들을 주변에서 자주 듣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해도 컴퓨터 등의 전자기기를 잘 사용하고 있다.

우리 나라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교육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이다. 학교에서 지도하던 프로그램은 주로 베이식이었고 컴퓨터 학원 등에서는 코볼, 포트란 등이 쉽고 간단하다하여 많이 배웠다. 일부 전문가들은 로고라이터, 프롤로그, 클리퍼, 데이터 베이스 등을 배웠는데 이 때 대부분의 컴퓨터 언어들은 프로그램이 구문이나 논리적 오류 없이 작동하도록 작성하면 되었다.

다시 말하면 프로그램을 잘 아는 전문가가 사용하여 오류가 발견되지 않으면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정 받은 후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전적으로 사용자들로 인한 오류나 책임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마치 과거 운동회 계획이 완벽하게 잘 짜여 졌는데 당일 비가 왔다면 이는 비가 온 날씨 탓이거나 일기 예보 탓을 하는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컴퓨팅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배우는 초등학교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는 엔트리, 스크래치 등의 교육용 프로그램 언어가 있고, 중고등학생이나 일반인들이 배우는 언어에는 배우기 쉽다는 파이썬 등이 있다. 이 언어들은 모두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시간을 투자하여 혼자라도 배울 수 있다.

요즘 파이썬을 공부하면서 예전의 프로그램 언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이썬은 처음부터 오류라든지 버그라는 말 대신에 예외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여기서 예외라는 말은 예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가 있다.

물론 파이썬으로 작성한 프로그램도 구문이나 논리적 오류는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잘 실행되는 것만으로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용자들은 흔하게 숫자 대신에 문자 넣기, 영어 대신 한글 넣기, 소문자 대신 대문자, 띄어쓰기 대신 붙여쓰기, 두 개 넣을 것을 한 개만 넣기, 돌려야 할 것을 누르기 등등 수없이 많은 예외(실수)적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썬은 사용자 측면에서의 이런 예외적 상황을 생각하여 프로그램을 작성하도록 하는 구문과 명령어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예외가 발생했을 때에는 사용자들에게 친절히 오류 사실을 안내하거나 또는 프로그램으로 처리 가능한 것들은 사용자도 모르게 처리하여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이썬의 유능한 프로그래머는 내부 구문이나 논리의 오류를 없애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측면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예외에 대한 처리를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정광규 충북교육정보원장.<br>
정광규 충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이니 디지털 시대이니 하는 말 속에는 변화라는 개념이 기본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이 변화에는 언제나 예정되지 않는 예외적 상황이 따라다닌다. 예외적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급박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코로나 19 이후는 그 이전과는 또 다를 것이다. 우리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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