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한적한 시골 마을, 마을 뒤로는 높은 산이 있고 앞으로는 하천이 숨바꼭질하듯 흐른다. 스물다섯 가구 정도의 사람들이 법 없이 오순도순 모여 산다. 대부분 논농사나 밭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이라 아이들을 보살필 겨를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일찍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대부분 스스로 자신들의 일을 처리하거나 아이들끼리 잘 어울리며 어른들처럼 협력한다. 동급생이 적어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6학년생까지 친구 같은 분위기다. 한여름 수업을 마치거나 시간이 날 때는 하천으로 나가 모래밭에서 모래성을 만들며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긴다. 무료해지면 누가 더 높이 돌을 안전하게 예술적으로 쌓아 올렸는지 겨룬다. 그러다 날이 어둑어둑해져 배가 고파지면 하나 둘 집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어느새 저녁 식사를 부리나케 하고 자신들이 쌓았던 탑이 궁금했는지 다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인다. 그런데 반딧불이가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지 않는가. 도대체 저들의 정체는 뭘까? 잘 잡히지도 않으면서 단체로 공중부양을 하니 아이들 시선 끌기에 충분해진다. 갑자기 새로운 친구들이 많이 나타나니 그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다 보니 아이들은 더욱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 얘기다. 마을 앞 하천은 어린아이 무릎 정도의 물이 흐르는 명소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아래쪽 저수지에서 물고기들이 일제히 거슬러 여행을 한다. 물고기 천국이 된다. 이들의 무리를 쫓는 아이들은 여행자인 동시에 그곳을 놀이터로 만든다. 행운인지 축복인지 시골 풍경이 가져다준 풍경이다. 깊은 산골짜기 맑은 자연이 최고의 리조트다. 그러나 장마철 하천은 매섭다. 인접 논이나 밭으로 물길을 내줘 아수라장을 만들곤 한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앞 다리에 나가 물길을 바라보며 농사에 피해가 생길까 전전긍긍한다. 비가 지나가길 고대하다 언제 그랬야 하듯이 농부들은 하천 옆에 붙은 논과 밭에 모종을 심으며 원두막을 지어 또 다시 평화로움을 추구한다. 그러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내고 비라도 만나는 날엔 그저 맨발로 마당에 나가 숭고한 자세로 하늘 바라보며 기뻐한다. 사실, 애타는 심정으로 농사짓던 사람들은 하천 옆에 살면서도 하천을 그리워하는 기이한 현상도 생긴다. 저수지 물을 끌어다가 쓰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호스를 연결해 많은 비용까지 지불해 가며 물길을 바꿔야 하니 저소득층 주민들로서는 그리 쉽지 않았던 일이다. 하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래쪽 저수지가 존재하니 연중 내리는 빗물의 양은 많지만 버리는 빗물 또한 많았던 거다. 요즘 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이태동 용천초등학교 수석교사
이태동 용천초등학교 수석교사

미국의 사회학자 C.라이트 밀즈(Charles Wright Mills)는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바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인간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개인, 사회, 문화 역사의 어떤 구조 속에서 하나로 꿰어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의 문제가 사회문제이고 사회문제가 개인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는 설명이다. 요즘 물 폭탄에 난리다. 사회적 맥락에서 우리의 안전이 중요한 때다. 학생들도 방학이 시작되어 야외생활이 더욱 빈번해지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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