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틀 전 종교집회 개최 통보… 정보 파악 없이 엉뚱한 곳 방역

청주에서 코로나19 집단 확진판정을 받은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이슬람 종교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에서의 'N차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5일 청주시 서원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검사 안내 문자를 받은 외국인근로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 김용수<br>
청주에서 코로나19 집단 확진판정을 받은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이슬람 종교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에서의 'N차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5일 청주시 서원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검사 안내 문자를 받은 외국인근로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청주시의 안일한 방역 대처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지역 감염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소독약을 뿌리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지 현장 점검도 하지 않은 책임이 무거워 보인다.

5일 시에 따르면 흥덕구 봉명동에 거주하는 우즈베키스탄인 6명이 지난 3∼4일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모두는 지난 7월 31일 흥덕구 신율봉공원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슬람교의 2대 축제 중 하나인 '이드알아드하'로 불리는 행사로 당시 아랍권 등 외국인 341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자들은 행사 후 마스크를 벗고 빵과 우유를 나눠 먹었다는 진술도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청주시가 이 종교집회를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 7월 29일 흥덕보건소에 "외국인 400명이 참석하는 행사 있으니 방역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보건소는 미숙한 정보 파악으로 엉뚱한 곳에 소독작업만 했다.

행사가 열렸던 신율봉공원 맞은편에 있는 '청주 이슬람 문화센터' 내에서 소규모 행사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30일과 31일 두 차례 걸쳐 실내 소독만 했다.

풋살장 정도 크기의 공원에서 외국인 수백 명이 밀접 접촉하면서 집회를 한 현장에는 방역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이다.

보건소는 집단발병 가능성이 높은 이 대규모 집회 사실도 관련 부서와 공유하지 않았다.

담당 부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달받았다면 현장에 나가 방역수칙 준수 실태를 확인해 2m 거리두기 미이행, 마스크 미착용, 음식물 섭취 등 위반사항이 나오면 즉시 해산 명령을 내렸을 수 있었으나 행사 차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

청주에서 코로나19 집단 확진판정을 받은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이슬람 종교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에서의 'N차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5일 청주시 서원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검사 안내 문자를 받은 외국인근로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 김용수<br>
청주에서 코로나19 집단 확진판정을 받은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이슬람 종교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에서의 'N차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5일 청주시 서원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검사 안내 문자를 받은 외국인근로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 김용수

시 관계자는 "보건소로부터 종교집회 사실을 연락받지 못했다"며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면 현장에서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감독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역학조사의 중요 자료로 사용하는 방명록도 경찰이 확보해 질병관리본부에 넘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개최 전과 당일, 확진자 발생 초기 방역책임이 있는 청주시의 역할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건당국은 현재 종교행사 참석자들이 작성한 방명록을 가지고 일단 125명(4일 오후 10시 기준)을 검사했고,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소재 파악 후 추가 검사를 하고 있다.

종교집회 참석자들 일부가 외지로 뿔뿔이 흩어진 뒤 감염자로 확진될 경우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지역 전파 진원지가 자칫 청주가 될 수 있는 불명예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청주시에선 사과 한마디 나오질 않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경찰 전화를 받고 센터 내에서 행사를 하는 줄 알고 실내만 두 차례 소독했다"며 "관련 부서에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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