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군자의 학문은 자신을 수양하는 '수신(修身)'이 반이오, 나머지 반은 백성을 돌보는 '목민(牧民)'이다. 그런데 요즘 목민의 임무를 맡은 자들은 오직 이익만 좇는 데 눈이 어둡고 백성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는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은 여의고 곤궁하고 게다가 병까지 들어 줄지어 진구렁 속에 가득 차 있다.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목민심서(牧民心書)' 머리말에 나오는 내용이다.

목민심서는 조선시대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은 치민(治民) 지침서다. 이 책에서 다산은 '목민관(牧民官)'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목민관은 백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스리는 '지방 고을의 원(員)이나 수령'을 뜻해 오늘날 자치단체장 등 리더의 입장에 선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요즘 충청 주민들은 집중호우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이다. 사상자가 여러 명 발생하고, 이재민들은 임시거주시설에서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대전도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크고 작은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강한 비에 인명손실도 있었다.

서구의 한 아파트 2개 동 1층 28세대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대피했고 주민 1명이 숨졌다. 차량 78대도 침수됐다. 인근의 또 다른 아파트는 2개동의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면서 차량 250여대가 침수됐다. 이밖에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장마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대전시를 비롯한 5개 자치구는 피해상황 대처와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행정기관에서 배포하는 관련 보도 자료를 보면 피해지역 방문 등 대부분 단체장의 행보에 초점을 맞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폭우가 쏟아진 뒤 첫 주말인 지난 2일 한 자치구는 '집중호우 피해 복구에 총력'이라는 보도 자료에 관련 사진을 10장이나 첨부했는데 모두 구청장 얼굴 일색이다. 그것도 피해주민들을 만나 위로하는 사진 보다는 피해현장을 확인하는 사진들이었다.

또 다른 자치구도 같은 날 수해복구 자료를 배포하면서 구청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배포했다. 이 자치구는 다음날에도 '휴가도 취소한 구청장, 수해복구에 총력' 보도 자료와 함께 구청장이 수해복구 현장을 둘러보는 사진을 첨부했다. 지역의 수재민들을 위해 구청장이 휴가를 반납한 것이 과연 공개적으로 자랑(?)할 일인가.

단체장이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현장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고 중요한 임무다. 또한 단체장의 업무나 행보를 홍보하는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그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물 폭탄을 맞은 수해현장 사진에 주민들은 없고 단체장 얼굴뿐이다. 그것도 이런 상황마저 단체장 치적용 사진 찍기에 몰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지나치다.

백성을 돌보는 목민(牧民)도, 선출직을 움직이는 표심(票心)도, 진심이 닿아야 움직인다는 점을 생각하는 수해현장 방문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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