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는 죽어도 어머니는 평생 살아계시니"

충북여성독립운동가의 흉상 제작을 맡았던 정창훈 조각가가 유족들에게 흉상 제작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 / 이지효
충북여성독립운동가의 흉상 제작을 맡았던 정창훈 조각가가 유족들에게 흉상 제작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 /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저는 죽어도 어머니는 이곳에서 평생 살아계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충북도가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 발자취를 기억하고자 전국 최초로 마련한 충북여성독립운동가 전시실을 5일 유족과 관계자들에게 개방했다.

이날 충북미래여성플라자에 마련된 전시실을 찾은 박재복 독립운동가의 큰 아들인 이종출(78)씨는 경북 상주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흉상 앞에서 얼굴을 어루만지며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는 그의 눈에는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처녀때부터 공장에 다니시며 돈 벌어서 모두 독립운동에 쓰셨어요. 독립운동 하느라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려운 생활을 했었지만 어머니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이종출씨는 그의 아내 조용숙(74)씨와 막내 동생 이종재(68)씨, 아들, 손자들과 함께 이같은 자리를 마련해준 충북도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조용숙씨는 "박재복 독립운동가의 맏며느리로 이곳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나니 감개무량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재복 독립운동가의 유족이 충북여성독립운동가 전시실을 찾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지효
박재복 독립운동가의 유족이 충북여성독립운동가 전시실을 찾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지효

그의 손자이자 박재복 독립운동가의 증손자인 이승현(16)군도 "할머니를 사진에서만 보고 이야기만 듣다가 직접와서 흉상과 자료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할머니를 본받아서 바르게 살고 역사를 더 잘 알아야겠다"고 밝히며 증조할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박재복(1918~01.28~1998.07.18) 독립운동가는 충북 영동군 심천면 초강리 빈농의 집안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군시제사 주식회사 대전공장 등에서 근무하며 동료 여성 노동자들에게 항일 의식 고취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충북도는 이에 앞서 지난 3일 충청북도 홈페이지를 통해 충북여성독립운동가 전시실을 온라인으로 개막했다. 전시실에는 충북을 본적으로 하거나 충북과 연고(출생지, 부모·남편 출생지, 남편 본적 등)를 갖고 유족의 흉상 제작 동의가 있는 2018년까지의 서훈대상자 10인의 흉상과, 2019년 이후 대통령표창을 받은 3인 등 총 16인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전시돼 있다.

충북여성독립운동가의 흉상을 제작한 정창훈 조각가는 "한 분 한 분 만들 때마다 눈물이 마른 날이 없었다"며 "그분들의 공적과 시대상황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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