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충남문화재단 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언택트(Untact, 비대면)가 일상화되면서 마음의 치유가 중요하다. 이른바 마음방역이다. 예술작품과 문화콘텐츠는 마음백신이다.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 산업에 실감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화 분야에서도 비대면 관광지 선호를 비롯하여 온라인 프로그램, 실감형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문화예술은 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 기쁨, 성찰을 선사한다. 감동과 환희를 전하는 축제로 단연 불꽃축제가 있다. 불꽃과 음악이라는 시청각적 예술작품으로 눈과 귀는 물론 마음마저 행복해진다. 불꽃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1일 안동에서는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세계유산축전-경북'이다.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열린 이 날 축제에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서애 류성룡도 즐겼다는 '안동 선유줄불놀이'다. 오늘날 서울 여의도와 부산 광안리 등에서 진행되는 불꽃축제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하회마을 만송정과 부용대 사이에 불줄을 매고 불을 붙이면, 매듭지어진 곳마다 불꽃을 터트리는 줄불과 낙화, 달걀불과 선유불놀이로 장관을 연출하는 전통불꽃놀이다. 선유(船遊)는 선비들이 나룻배를 타고 시를 지으며 경치를 감상하던 뱃놀이다. 오래전부터 하회마을 사람들은 줄불놀이를 하며 부용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느끼며 마음을 정화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별빛처럼 반짝이는 야경을 만들어내는 불꽃놀이는 보는 사람에게 설렘과 환희를 선사한다.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불꽃은 전통시대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불꽃놀이는 고려말 궁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조선 초기에는 외국 사신을 환영하는 행사로 불꽃놀이가 종종 행해졌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 사신들에게 불꽃놀이를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조선의 우수한 과학기술을 드높였다.

화성능행도에 보면 조선왕실에서는 정조의 화성행차에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에 참배하고, 화성행궁에서 열린 어머니의 회갑연에서 불꽃놀이를 즐겼던 모습이 나타난다. 특히 성종의 불꽃놀이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지난해 7월 일본 오마가리 불꽃축제, 호주 하버브릿지 불꽃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불꽃축제로 꼽히는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불꽃축제에 한화그룹의 ㈜한화 불꽃팀이 초청되어 전 세계인들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는 메시지로 뮤지컬 불꽃쇼를 펼쳤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며 화려한 불꽃을 뽐내는 '불새 불꽃'을 시작으로 '캐릭터 불꽃', '분수 불꽃', '타워 불꽃' 등은 많은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에서도 불꽃축제를 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0월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이미 취소했다. 부산불꽃축제도 개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서울 송파의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도 미정이다.

하지만 축제를 취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역상권 활성화와 경제적 파급효과 등의 개최 효과를 본다면, 안전한 축제 환경 조성과 실감형 관람 시스템을 구축하는 혁신적 축제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꽃축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5G와 실감콘텐츠의 시대가 아닌가.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드론을 이용한 홀로그램 불꽃영상, AR(증강현실) 불꽃쇼, 모바일로 감상하는 불꽃음악회 등 온택트(On-tactㆍ온라인 대면) 축제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지난 7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합동으로 '신한류 진흥정책'을 발표했다. 기존 대중문화예술 중심의 한류에서 세계적 관심을 끌 다양한 장르의 잠재력 있는 콘텐츠로 확대하여 문화경제를 이끄는 K-Culture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K-방역으로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성콘텐츠 개발이 국가 발전의 어젠다(Agenda)다. 우리나라의 불꽃축제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선두에 있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치유하고 응원하는 콘텐츠로 불꽃이라는 종합예술은 세계인의 문화적 백신이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충남문화재단 이사

BTS(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에 이어 우리의 문화창조력을 세계무대에 발현하여 새로운 역사를 다시 한번 쓰는 한국의 물결이 될 수 있다. K-파이어웍스(fireworks)는 한국적 실감형 불꽃기술이 현재의 위기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도약하는 기회다. 불꽃한류가 대한민국 문화비전의 새로운 미래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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