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발전 지원하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손'이죠"

기획재정부 예산 심사철을 맞아 1년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충북도 서울세종본부' 직원들. 왼쪽부터 김병태 세종사무소장, 김재옥 주무관, 조경순 본부장, 채혁 주무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미정
기획재정부 예산 심사철을 맞아 1년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충북도 서울세종본부' 직원들. 왼쪽부터 김병태 세종사무소장, 김재옥 주무관, 조경순 본부장, 채혁 주무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의 시즌을 맞아 지자체마다 국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고 있다. 충북도도 세종정부청사에 입주해있는 기획재정부를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현안해결을 위한 국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휴가도 잊은 채 충북도의 정부예산 확보 활동을 묵묵히 서포트하고 있는 세종 소재 '충북도 서울세종본부'를 찾아가봤다. / 편집자
 

◆7~8월 기재부 예산실 상주

"요즘이 기재부 방문 피크 시기이다 보니 1년중 제일 바쁠 때죠. 지사, 부지사, 각 실·국·과장들이 하루에도 몇 건씩 기재부나 관련 부처 방문일정이 잡혀서 그 일정 체크하고, 면담시간 잡아주고, 같이 가서 인사하고, 사업 진행상황 설명 같이 듣고 하죠."(김병태 세종사무소장)

7~8월 기재부 예산실에는 전국에서 몰려오는 지자체 인사들로 하루종일 북적인다. 각 부처별로 제출된 내년도 국가 예산 요구안을 심의중인 기재부에 역점사업을 설명·건의하고, 예산안 심의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충북에서도 이시종 도지사는 물론이고 기재부 국고보조금단 단장 출신인 성일홍 부지사,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 출신 김장회 행정부지사 등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기재부는 8월까지 심의를 마쳐 정부예산안을 확정해 9월 2일 국회에 제출한다.

충북도 서울세종본부 사무실 벽에 21대 국회의원 명단이 붙어있다. / 김미정
충북도 서울세종본부 사무실 벽에 21대 국회의원 명단이 붙어있다. / 김미정

"예산은 기재부 과장들이 노(No)하면 절대 들어갈 수가 없거든요. 기재부 예산실 과장들만 20여명인데 평소 인맥을 잘 유지해야놔야 예산 확보때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저희들의 역할이 중요하죠."(조경순 본부장)

서울세종본부에 합류한지 한달 남짓된 김재옥 주무관도 요즘 기재부 예산실에 '상주'하고 있다.

"요즘은 매일 기재부에서 하루종일 살아요. 예산실에 인사하고 담당자 만나서 자료 전해주고…."(김재옥 주무관)

충북의 2021년도 정부예산 목표액은 6조1천억원. 지난해 5조4천539억원에서 11.6% 늘었다. 지난해에도 국회증액 1천141억원, 정부안 이후 추가 예산배정 414억원 등에 서울세종본부가 ‘힘’을 보탰다. 2021년도 정부예산 주요 사업을 보면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 건설, 오송 R&BD융합 연구병원 건립, TBN 충북교통방송국 설립, 오송K-뷰티스쿨 운영 등이 들어가있다.

충북도 서울세종본부 직원들이 오전회의를 갖고 있다. / 김미정
충북도 서울세종본부 직원들이 오전회의를 갖고 있다. / 김미정

◆전국 유일 女본부장 지휘 아래 4명 근무

세종정부청사 인근 세종지방자치회관 5층에 입주해있는 '충북도 서울세종본부'는 조경순 본부장(4급)을 중심으로 김병태 세종사무소장(5급), 김재옥(6급)·채혁(7급) 주무관 등 4명으로 구성됐다. 본부장을 맡은지 1년8개월 된 그녀는 전국 15개 시·도 유일한 일반직 여성본부장이다.

세종사무소는 2013년 3월 청주시 오송읍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개소한뒤 2016년 1월 조직개편에서 서울세종본부로 확대되면서 그해 3월 세종시 도담동으로 이전했고 2019년 6월 지금의 세종지방자치회관으로 이사했다.

국회와의 업무협조 역할에서 한발 나아가 세종정부청사와의 업무협조, 정부예산 확보 지원, 세종정부청사 근무 충북출신 공무원들과의 네트워킹, 도정 현안 해결을 위한 각종 자료·정보 수집·제공 등의 역할이 추가된 것이다.

조경순 충북도 서울세종본부장이 충북도 역점사업인 '강호대륙' 그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조경순 충북도 서울세종본부장이 충북도 역점사업인 '강호대륙' 그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인맥 맺기 위해 취미·어학 '관심사' 동원

업무에서 '인맥'이 중요하다 보니 업무 관련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취미, 기호, 관심사에서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종정부청사 타운에는 23개 중앙부처와 22개 소속기관이 입주해있다. 충북출신은 1천260여명이다.

대학에서 중어중문을 전공한 조경순 본부장은 '중국어'를 인맥관리의 무기로 삼고 있다. 기재부 핵심 A과장 방을 찾았다가 중국책이 보여서 중국어를 했더니 예상못한 '호감'을 얻은 것이다. A과장은 중국 파견 2년을 마치고 최근 돌아와 중국에 관심이 많았던 터였다.

"원래 냉랭한 과장님이셨는데 중국어로 대화하면서 급친해졌어요. 지금은 카톡이나 문자 주고 받을 때 중국어로 해요. 관심사를 찾아내 연결고리를 얻은 게 업무에 도움이 되고 있어요."(조경순)

세종지방자치회관 5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충북도 서울세종본부'./ 김미정
세종지방자치회관 5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충북도 서울세종본부'./ 김미정

탁구실력자인 김병태 소장은 '탁구'로 인맥을 넓혔다.

"중앙부처 청사 내 체육시설이 있는데(지금은 폐쇄) 탁구, 배드민턴을 치는 분들이 많아요. 퇴근후에 일부러 찾아가서 탁구 가르쳐주면서 친해진 분들이 많아요. 땀흘리면서 같이 운동하고 나면 금방 친해잖아요."(김병태)

김 소장은 인맥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시간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맥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많게는 4~5회 이상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식사자리를 갖는다고 귀띔했다.

"충북지역 출신은 기본이고 과장급 이상 주요 간부들, 간부들의 일정을 담당하는 비서 등과 유대관계를 위해 자주 만나려고 노력해요. 자주 얼굴을 봐야 친분도 쌓이고 충북에 대한 이미지도 좋게 각인되니까요."(김병태)

◆충북도 서울세종본부는 ____다.

직원들은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충북도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역할의 '보이지 않는 손'이자 '그림자', 중앙부처와 충북도의 업무를 원활하게 잇는 ‘연결고리’이자 ‘윤활유’라고 표현했다.

"충북도 현안사업들이 중앙부처 계획이나 예산에 반영되도록 숨은 역할을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죠. 작년에 충북선 고속화 예타면제, 올해 미래해양과학관 예산 반영 됐을 때 보람을 느꼈어요. 당시 충북에 무슨 해양과학관이냐는 비아냥을 들었었거든요.”(김병태)

"충북도의 '그림자' 역할이죠. 저희가 직접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음지에서 일하는…."(조경순)

지난해 기재부에서 거부된 오송K-뷰티스쿨, 미래해양과학관 건립 사업을 위해 20여회 집중 찾아가 예산을 따낸 사례를 '보람'으로 제시했다.

"충북도와 중앙부처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해요."(김재옥)

힘들 때도, 섭섭할 때도 있다.

"같은 공무원인데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며 부탁하는 을(乙) 입장이다 보니 회의감이 들 때 속상하죠."(채혁)

"간혹 중앙부처와 중요한 면담, 방문 일정을 가질 때 세종사무소를 패싱할 때 섭섭해요. 존재이유가 없어지니까."(김병태)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작은 선물을 줘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부담스러워해서 신경이 쓰여요."(김재옥)

그래도 충북도 서울세종본부는 오늘도 파이팅을 외친다. 충북도 발전을 위해, 현안사업 해결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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