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연수 충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길은 소통이다. 길을 통해 사람들은 만나고 가족을 형성한다. 가족들이 서로 함께하는 공간이 마을이다. 마을은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이 공간에서 만들어진 문화는 길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문화의 연결 통로다. 길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지구촌을 공유한다. 하나의 점이 큰 선으로 연결되는 과정이다.

청주에는 대청댐이 있다. 대청댐은 1975년 공사를 착수해 1980년 준공되었다. 댐건설로 4천75세대, 2만6천명의 원주민들이 고향을 잃고 이주했다. 대청댐은 준공 이래 충청지역의 용수공급 및 경제성장의 뒷받침을 하였으나 보은, 옥천, 문의 등 댐 주변지역은 과도한 규제로 인한 지속된 경제 낙후와 지역공동체 붕괴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신라문무왕 때 고승인 원효대사는 문의 현암사에 들러 "천년 후 산 아래 물이 차 새 호수가 생기고 용이 물을 만나 승천하듯 이곳이 국토의 중심이 되며, 연화부수(蓮花浮水, 연꽃이 물위에 떠있는)의 성지가 되어 임금 왕자(王字) 지형으로 국왕(國王)이 머물게 되리라" 예언하였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선지 이곳에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청남대'가 1983년 12월에 자리를 잡았다. 청남대는 1급 경호시설로 베일에 싸여 있다가 2003년 4월 18일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관리권이 충북으로 이양되고 20년 만에 개방되었다. 그간 경호를 위한 과도한 규제는 보은, 옥천, 문의 등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근이 차단되어 형성 된 생태 환경은 어디와도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다양성을 갖고 있다. 그중 청남대로 이어지는 약 4㎞의 튜울립나무(백합나무) 가로수길은 가히 일품이다. 전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사시사철 다른 감성으로 사람을 대하며 산과 호수의 어우러짐은 인간사의 상념까지도 앗아간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 된 요즘 자연과의 대면을 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이다.

'걷고 자전거를 이용해 자연과 대면 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 그런데 그곳엔 수많은 차량의 통행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차의 밀폐된 공간에서 호젓함을 즐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 길을 진정 주민과 시민을 위한 길로 돌려 줄 수는 없을까? 문의에서 만남의 광장을 지나 괴곡리까지는 걷기 길과 자전거도로가 호반을 따라 연결되어 있다. 호반의 넉넉함을 따라 걷다보면 길이 없어지고 찻길과 대면을 한다. 위험스레 지나가는 자동차를 옆에 두고 호젓함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자전거길을 청남대까지 이어야 한다. 청남대 1문까지는 마을과 농로를 따라 삶의 흔적을 연결한다. 1문부터는 가로수길의 경관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호수에 근접해 연결해야 한다. 가로수길은 일반 시민의 차량을 통제하고 힐링의 숲길로 이용해야 한다. 교통은 친환경 에너지 교통수단을 이용한 절제된 관광레저용 차량 등을 고민해야 한다. 청남대와 사람의 연결선이다.

외로운 섬 청남대가 문화의 소통을 통해 진정 사람 곁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박연수 충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길은 이어져야 한다. 길을 통해 사람들은 만나고 소통한다. 대청호로 인해 가로막힌 마을마을을 잇는 길 또한 연결해야 한다. 청남대에 접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그곳을 교두보 삼아 고향을 잃은 원주민의 아픔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길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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