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기록하는 마을의 성장… 지역, 희망이 되다

유스케 청년들은 열정적인 공동체를 취재하면서 '지역살이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 왼쪽부터 이영은, 허송희, 김재령, 김희주, 김지예씨. / 김정미
유스케 청년들은 열정적인 공동체를 취재하면서 '지역살이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 왼쪽부터 이영은, 허송희, 김재령, 김희주, 김지예씨.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대전 유성구는 올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유성매직'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시민들 스스로 마을공동체 활동 소식을 웹진이나 간행물로 발간하도록 기획공모사업에 마을 미디어 사업을 포함시킨 것이다. 기꺼이 해보겠다며 열정적으로 뛰어든 단체가 나타났다. '유성매직'으로 그림 그리듯 공동체 활동을 소개하겠다고 나선 '유스케'가 주인공이다. 여성, 청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청년 미디어 단체' 유스케로부터 지역 공동체를 취재하며 깨달은 변화와 기대를 들어봤다. / 편집자
 

#유성을 스케치하는 사람들

유스케는 '유성의 스케치북' 줄임말이다. 유성구 에브리바디(Everybody)라는 부제를 달고 매달 발행되는 웹진 제작자들의 호칭이기도 하다. 유성매직 공동체사업에 참여한 공동체들의 활동 모습과 소식을 매월 웹진으로 발행하고 있다.

마을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청년들이 유성구 공모사업을 보고 뜻을 모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서로 다른 청년 활동을 하던 사람들. 사회적경제와 공동체 안에서 만났던 청년이 또 다른 청년을 소개하고 연결해 '유스케'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평균연령 20대. 마을공동체 사업과 청년사업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마을과 청년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허송희(25)씨는 유스케 활동이 취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인터뷰를 하는데 그치지 않아요. 직접 마을 활동에 참여해보면서 중장년층 중심의 마을공동체와 청년 사이에 통로 역할을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청년, 마을로 들어가다

허송희 대표는 2019년부터 유성구 어은동에서 열리는 '안녕축제'에 청년기획단으로 참여했다. '안녕축제'는 어은동 지역 상인들과 청년 공동체가 지역 상권 살리기를 위해 매해 개최하는 마을축제다. 김희주(24)씨도 여기서 만났다.

희주씨는 "사람 만나는 게 재미있어서 왔다"고 했다. 유성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 공동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 공동체에서 이웃을 만나는 일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했다.

단체 활동에 참여할 구성원을 모집했을 때 조건이 다섯 가지였다. 마을 활동에 관심 있고, 사람 만나는 것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디자인에 관심 있고, 올 한해 보람차게 보내고 싶은 청년.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희주씨 친구 김지예(24)씨다. '유스케' 웹진 창간호도 지예씨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타인의 성장을 돕는 경험

최근 디자인은 이영은(29)씨가 주로 맡고 있다. 허송희씨가 예비사회적기업 어라운드에 취직하면서 만난 직장 동료가 영은씨다. 영은씨는 "구성원들이 모두 실력이 늘어 이제는 가이드만 잡아주면 대부분 뚝딱 결과물을 만들 정도로 성장했다"고 겸손해했다.

어라운드라는 사회적 기업의 소셜 비전도 '우리의 경험으로 타인의 성장을 돕는다'이다. 여기서 경험은 기획, 교육, 디자인을 말한다.

대전에서만 20년 넘게 살았다는 토박이 김지예씨는 공동체를 처음 경험했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낯설었어요. 만나다보니 저뿐만 아니라 대전에 사는 다른 청년들도 마을 속에서 활동하며 살아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유스케'에는 강지연, 김재령, 김지예, 김희주, 배새별, 이영은, 허송희씨까지 모두 일곱 명이 서로의 성장을 도우며 활동하고 있다.
 

#인정이 흘러넘치는 동네

"현장을 취재하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공동체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유성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공동체 활동을 기록한다는 것은 제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기도 해요. 또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넓게는 유성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죠.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갖게 되고 보람도 큰 것 같아요."

김재령(26)씨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게 될 '유스케' 웹진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향 경기도를 떠나 대전과 인연을 맺었다. 유스케 활동은 지속가능한 대전살이를 꿈꾸게 했다. 재령씨는 유스케를 추억이라고 정의했다. 훗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유스케' 활동을 자랑스럽게 소개할 것이다.

허송희씨는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이 대전 정착을 꿈꿀 수 있도록 청년사업과 마을공동체사업을 적극 연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은동 '안녕축제'를 경험하면서 송희씨는 인정 넘쳤던 어린 시절 마을의 모습을 떠올렸다. 인정이 흘러넘치는 마을은 지금도 살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송희씨에게 유스케 활동은 '연결'이다. 청년과 청년을 잇고, 청년과 마을활동가를 연결하면서 소통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성장일기가 희망일기 되길​​​​​​​

지예씨는 '유스케' 활동을 통해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희주씨는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책을 읽고 있다. 희주씨 말이다.

"마을의, 공동체의 성장일기를 읽는 느낌이에요. 책을 읽기도 하고 직접 쓰기도 하면서 마을을 체험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소중하게 여겨져요."

영은씨는 공유의 힘을 믿는다. 저마다의 공동체 활동이 유스케를 통해 공유되고 공감을 얻을 때, 단순한 아카이빙을 뛰어넘어 '마을의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8월이면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한 잡지가 발간될 것이다. 누군가에겐 추억이고 성과일 테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우리도 공동체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유스케' 청년들은 말한다. "마을의 성장일기가 지역 청년들의 희망일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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